STO, 367조 시장 열린다…K-컬처·지방경제 뒤흔들 '게임체인저'

| 연합뉴스

오는 12월, 국내 증권형 토큰(STO)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거래소가 문을 여는 가운데, 이 새로운 금융모델이 단순한 자본시장 확대를 넘어 문화, 산업, 지역경제 전반에 걸쳐 융합적 성장을 이끌 핵심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주식, 채권, 부동산, 음원, 저작권 등 실물 자산이나 지식 재산을 디지털 증권 형태로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하고 거래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자산을 쪼개어 토큰화하면, 투자자들은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고, 자산 소유자 역시 새로운 자금 조달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법적 정의와 규칙이 정비되어 왔으며,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등 5개 관련 법률이 올해 하반기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국제적인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한국 STO 시장 규모가 2024년 34조 원 수준에서 2030년에는 약 367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4.5%에 해당하는 수치로, 특히 부동산에 집중된 기존 자금 흐름을 다변화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TO는 미술품, 농산물, 지역 콘텐츠 등 그동안 투자대상으로 보기 어려웠던 자산군까지 유통 가능하게 만들며 자산 시장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K-컬처와의 결합이다. 국내 콘텐츠 산업은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창작자와 중소 콘텐츠 기업은 자금조달과 수익배분 구조의 한계로 성장에 발목이 잡히고 있었다. STO는 음원이나 드라마 OST, 공연 예매권 등을 증권으로 쪼개 판매함으로써 팬이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지역 창작자들도 콘텐츠 기반 금융 플랫폼을 통해 창작 비용을 모금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문화산업 생태계가 자립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NFT(대체 불가능 토큰) 및 메타버스와의 결합도 STO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정 작품의 세트장 NFT 방문권, 가상 공연 입장권 등을 STO와 함께 발행하면, 팬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투자자에게는 실제 수익 배분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지역의 축제, 박람회, 스포츠 행사, 조선소·항만 등 지역 산업에도 새로운 투자 경로가 열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 참여형 재정 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성장 전망 뒤에는 여전히 기술·제도적 과제가 존재한다. 거래소 개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투자자 자산을 보관하는 수탁 시스템, 자동 자금 분배 에스크로,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오라클 기술 등 금융 인프라 역시 필수 요소로 꼽힌다. 더불어 창작자나 중소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바우처 제도 도입, 투자자 보호 장치, 공시 체계 강화 등 다층적인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이 같은 흐름은 제도화의 속도, 참여자 교육 정도, 인프라 수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STO가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면, 한국은 K-컬처의 세계적 확산과 금융 혁신을 동시에 주도하는 새로운 글로벌 융합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창작자, 기업, 팬,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자산 소유 구조, 즉 '지식경제 특구' 실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