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 위협 본격화…비트코인 업그레이드, 수십 년 여유 없다

| 서도윤 기자

비트코인에 남은 시간은 20년이 아니다

양자 컴퓨터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비트코인(BTC)의 보안 체계가 현재보다 훨씬 더 빨리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수십 년의 여유를 가지고 대응하면 된다는 낙관은, 이미 현실과 괴리된 생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양자 내성 암호(PQC)’ 기준이 도입되고, 비트코인은 필요 시 업그레이드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양자 위협이 실제 발현되는 시점을 ‘실시간에서 암호를 풀 수 있는 수준’이라며,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가정 자체가 매우 위험하며, 양자 위협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경고한다. 나오리스 프로토콜(Naoris Protocol)의 최고사업책임자(CBO) 유세프 엘 마다르시는 최근 기고문을 통해 “비트코인이 수십 년 뒤 천천히 대응하겠다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자 기술 가속... 이더리움은 경고 이미 나와

최근 IBM은 새로운 양자 칩을 공개하면서 양자 우위를 조기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양자 우위란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복잡한 계산을 더 빠르게 수행하는 지점을 뜻하며, IBM은 이를 2026년에 달성하고 2029년에는 결함 허용 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더리움(ETH)의 공동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 역시 2025년 데브커넥트 행사에서 “양자 컴퓨터가 예상보다 빨리 타원곡선 암호체계를 뚫을 수 있으며, 2028년 미국 대선 이전에 이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더리움도 몇 년 내 양자 내성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더리움 중심 인사조차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비트코인 커뮤니티 일부는 여전히 수십 년의 여유가 있다는 ‘편안한 서사’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약 4백만 BTC, 이미 노출된 상태

딜로이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체 사용 가능한 비트코인 물량의 약 25%, 즉 약 4백만 BTC가 현재 양자 공격에 취약한 공개키 주소에 보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노출된 공개키로부터 쇼어(Shor) 알고리즘을 통해 프라이빗 키가 역산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밀번호와 같은 개인 키가 노출된다면, 오래된 지갑들이 한순간에 해킹돼 대규모 탈취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비트코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대부분의 블록체인은 타원곡선암호(ECC)에 기반하고 있으며, 양자 컴퓨터는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부테린은 이 상황을 대비한 긴급 대응 절차를 이미 이더리움 개발 노트에 명시한 바 있다.

비트코인 ‘업그레이드하면 된다’는 주장, 현실성 부족

비트코인이 양자 내성 체계로 전환하려면 단순한 패치 수준의 변경이 아닌, 서명 구조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영국 켄트대 연구진에 따르면 완전한 전환에는 최대 75일의 다운타임이 필요하고, 일부 제한된 운영 속도 하에서는 300일 이상 걸릴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자산 클래스인 비트코인 입장에서 결코 수용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정치적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비트코인의 온체인 거버넌스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며, 이전 ‘탭루트(Taproot)’ 업그레이드 조차 수년에 걸쳐 논의와 조율을 거쳤다. 양자 내성 구조로의 전환은 이보다 훨씬 큰 수준의 체계 변화를 포함하는 만큼, 체인 분열이나 커뮤니티 갈등, 시장 불확실성 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은 이미 로드맵 가동... 시장은 조용히 반응 중

유럽연합(EU)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양자 내성 암호 전환’에 대한 공동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EU 회원국은 2026년까지 국가 차원의 준비 전략을 수립하고 마이그레이션을 시작해야 하며, 주요 인프라는 2030년까지 양자 암호화를 도입해야 한다. 2035년까지는 전체 시스템이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는 일정이다. 이미 정부와 산업계는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만약 암호화폐가 이 흐름에 뒤처질 경우 시장 파장은 치명적일 수 있다. 양자 해커가 과거의 방치된 지갑들을 해킹해 수백만 BTC를 이동시킨다면 시장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고 가격은 폭락할 수 있다. 나아가 양자 컴퓨터로 채굴 난이도를 무력화하면,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채굴 산업이 한순간에 ‘양자 시스템 보유 기업’ 중심의 과점 체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금이 선제적 대응의 골든타임

양자 내성 암호는 반드시 도입돼야 하며, 이는 공격자가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전에 준비돼야 한다. NIST의 표준은 경로는 제시하지만 ‘보장’은 아니다. 업그레이드는 기술적 난이도뿐 아니라 거버넌스, 이념, 시장 구조에 걸쳐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엔 너무 늦을 수 있다.

지난 15년간 암호화폐 생태계는 ‘탈중앙성’, ‘검열 저항성’, ‘자기 주권’이라는 가치를 지켜왔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 양자의 위협은 이미 시계 바늘을 돌리고 있다. 시장은 조용히 반응하고 있고, 선택의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나중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은 결국 ‘늦게’ 대응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양자 컴퓨터 시대, 보안의 기준이 바뀐다… 비트코인을 지키려면 지금부터 준비하세요”

양자 우위가 단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벌어지는 현실’이라면, 우리는 투자 자산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요?

양자 컴퓨터는 단순히 기술 발전이 아닌, 암호화폐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입니다. 타원곡선 암호의 붕괴가 초래할 대규모 해킹과 체계 약화, 시스템 분열 가능성은 비단 비트코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더리움은 이미 대응 로드맵을 마련 중이고, 유럽은 양자 내성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가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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