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로, 美 결제망 탈피 카드로…ECB "통화 주권 지킨다"

| 서지우 기자

ECB, "디지털 유로로 외국 기술 의존 줄이겠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디지털 유로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외국 기술 의존을 줄이고 유럽의 주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피에로 치폴로네 ECB 집행위원은 최근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Z)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유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편의성’과 ‘주권’으로 정리했다. 그는 “디지털 유로는 어디서든 간편하게 쓸 수 있다. 독일은 물론 유로존 전역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유로는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설계 중이며, 소규모 상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치폴로네 위원은 “오늘날 디지털 결제를 받는 상인은 앞으로 디지털 유로 수용도 의무가 되겠지만 환영할 것”이라며 “결제 수수료가 크게 줄고, ECB가 인프라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인 입장에서도 이득”이라고 전했다.

그는 디지털 유로 도입 시기를 오는 2029년 중반으로 제시하며, 소비자 기본 사용에 한해서는 수수료가 없다고 밝혔다. “기존 지불 수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다.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코인과 지폐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유로는 현금의 특징을 디지털로 구현하면서도 공공 인프라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기업이 장악한 기존 결제 생태계와 차별화된다.

결제 주권 확보가 핵심…“미국 인프라 의존 위험”

디지털 유로의 또 다른 핵심 논리는 ‘결제 주권’이다. 치폴로네 위원은 “매일 쓰는 돈이 유럽 기술로 기반을 두면 훨씬 더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나”라며 독자적 유럽 인프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제재 사례를 거론하며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들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유럽 내에서 카드 결제가 막혔던 사건이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제한되자 유럽에서도 결제가 중단됐다. 디지털 유로가 있었다면 이런 사례는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유럽 각국은 자국 카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거나, 보유하고 있어도 크로스보더 결제와 온라인 결제는 여전히 해외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치폴로네는 “유럽 디지털 인프라는 결제 기반망과 공공 자산인 유로를 함께 다룰 수 있다”며 “이는 유럽 민간 서비스가 국경을 넘어 확장하는 데도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속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표준과 수용 기준이 시장을 형성한다. 시작하기 전에 이미 판이 짜이기도 한다”며 “매번 늦을수록 유럽은 외국 결제 시스템에 더 의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유럽이 결제 ‘레일’ 직접 깔아야

치폴로네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결제 인프라 대부분은 미국 기업들의 손에 있다. 유럽이 자체 인프라를 갖추지 않으면 이들 기업이 접속을 차단할 경우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미국 기업들이 중요한 결제 레일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원한다면 언제든 유럽을 차단할 수 있다”며 “유럽이 자체 인프라를 만들면 다양한 대안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CB는 디지털 유로를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닌 통화 주권 확보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다. 유럽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외부 리스크에 대응하는 동시에, 민간 결제 사업 활성화의 기반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유럽이 언제까지 외국 기술에 기반한 시스템에 기댈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에서, 디지털 유로는 단순한 실험 이상으로 의미가 커지고 있다.


💡 “결제도 주권이다… 디지털 유로의 핵심을 미리 배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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