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가 ‘실물자산’(RWA) 인프라를 내세워 선보인 자체 블록체인 ‘로빈후드 체인’이 출시 직후부터 밈코인 거래소처럼 변질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체인 위에서 가장 빠르게 불어난 것은 토큰화 주식이 아니라, 하루에도 여러 번 새로 생겼다 사라지는 밈코인들이었다.
13일(현지시간) 프로토스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지난 7월 1일 런던 행사에서 ‘로빈후드 체인’을 공개하며 120개국 이상 고객을 위한 토큰화 주식 거래를 핵심 구상으로 내세웠다. 블라드 테네브 로빈후드 최고경영자(CEO)도 다음 날 CNBC 인터뷰에서 “기초 유틸리티와 연결되지 않은 자산은 생산적인 자산이 아니다”라며 밈코인 남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테네브 CEO는 7월 7일 “로빈후드 체인을 RWA에 가장 적합한 체인으로 만들고 있지만, 밈코인에도 잘 작동한다”고 말을 바꿨고, 이후 ‘로빈후드 여름’까지 언급하며 거래 급증을 반겼다. 실제로 체인에서는 며칠 만에 수천만 달러 규모의 밈코인 거래가 발생했고, 총 예치자산(TVL)도 빠르게 늘었다.
문제는 토큰의 지속성이었다. 체인 내 대표 런치패드인 NOXA는 약 6만 개 토큰을 배포하며 전체 발행분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지만, 봇이 새 토큰을 복제해 올린다며 자체 발행 기능을 중단했다. 이후 사이트가 잠시 내려갔고, 40%의 자체 토큰 공급량을 소각했다. 일부 거래자들은 이를 ‘소프트 러그’ 의혹으로 봤지만, NOXA는 “디파이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로빈후드 CEO의 이름을 딴 또 다른 런치패드 ‘Vlad.fun’도 내부 무결성 문제를 이유로 운영을 멈췄다. 이보다도 신생인 Pons는 프런트엔드 승인 버그 의혹을 부인했지만, 자체 토큰 가격은 하루 만에 3분의 1가량 밀렸다. 사실상 생태계가 자리 잡기도 전에 신뢰 문제가 연쇄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로빈후드 체인에서는 해킹 계정이 토큰 홍보에 이용되거나, 오래전 유출된 데모 주소가 매수 주체로 오인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스페이스X 관련 X 계정이 탈취돼 홍보된 SCATMAN은 시가총액이 200만 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유동성 철수로 급락했다. 단순히 ‘1’이라는 이름의 토큰도 테네브와 연결된 지갑이 매수 중이라는 소문만으로 1500만 달러까지 올랐다가 93% 폭락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로빈후드 체인의 총예치금은 2억 달러에 근접했고, 일일 DEX 거래량은 한때 8억8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만 정작 로빈후드가 강조해온 RWA 관련 자산은 약 1300만 달러 수준에 그쳐, 체인의 실제 활용도는 여전히 밈코인 중심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로빈후드 체인의 숫자만 보면 출발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밈코인과 단기 투기성 자산에 쏠리면서, 로빈후드가 내세운 ‘실물자산 중심 체인’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작동하고 있다. 결국 로빈후드 체인은 성장 속도만큼이나, 자산의 질과 생태계 신뢰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더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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