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인프라 업체 비트고(BitGo)와 장외주식 시장 운영사 OTC마켓츠 그룹(OTC Markets Group)이 브로커-딜러를 위한 ‘디지털 자산 거래·수탁’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기존 시장 구조를 그대로 활용해 토큰화 증권의 기관 접근성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17일(현지시간) 두 회사는 OTC Link ATS를 이용하는 150개 이상의 브로커-딜러를 대상으로 협력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OTC Link ATS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를 받는 대체거래시스템으로, 참여 브로커-딜러는 기존 장외 및 미국 주식 시장과 같은 전자 거래 인프라에서 디지털 자산 증권을 호가하고 거래하며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제안에서 비트고 뱅크 앤 트러스트(BitGo Bank & Trust)는 적격 수탁기관 역할을 맡고, 결제는 비트고의 ‘고 네트워크(Go Network)’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초기에는 디지털 자산 증권이 대상이지만, 규제 환경이 정비되면 토큰화 자산과 원자재로도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발표는 전통 금융사들이 실물자산 기반 토큰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규제당국도 디지털 자산 시장의 룰을 보다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비트고는 지난해 12월 미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연방 인가 신탁은행 설립 승인을 받아, 연방 은행 감독 아래 수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OTC마켓츠 그룹 주가는 이날 정오 무렵 전일 대비 약 2.7% 오른 주당 53.50달러를 기록했다. 거래량은 많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번 협력안이 기관용 토큰화 인프라 확대의 신호로 해석한 모습이다.
브로커-딜러는 이미 규제와 시장 인프라 안에서 움직이고 있어, 토큰화 전환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비트고와 OTC마켓츠의 제휴가 성사되면, 브로커-딜러들은 새롭게 ‘크립토 네이티브’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도 디지털 자산 거래와 수탁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운영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기관 고객을 더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토큰화 증권의 성장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번스타인은 토큰화 실물자산 시장 규모가 2030년 최대 4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확산될 경우 기존 금융시장과 블록체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표는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와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등도 자본시장 토큰화를 추진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거래소와 브로커 업계에서는 토큰화와 예측시장(미래 사건 결과에 베팅하는 시장)이 다음 경쟁 구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비트고와 OTC마켓츠의 협력은 ‘디지털 자산’ 자체보다, 기존 금융 인프라 안에서 토큰화 자산을 어떻게 유통시킬 것인가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규제와 수탁, 결제 체계를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하느냐가 향후 기관 수요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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