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해킹 손실이 36억3000만 달러(약 5조21억원)로 불어난 사이 온체인 보험의 활성 보장액은 20.2% 줄었다. 사고 규모는 커졌지만 실제 보장 가능한 영역은 오히려 좁아진 셈이다.
코인게코(CoinGecko)는 2026년 8월 27일 업데이트한 ‘2026 암호화폐 보안 현황 보고서’에서 2025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크립토 플랫폼 손실이 245건, 총 36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활성 온체인 보험 커버리지는 1억6320만 달러(약 2249억원)에서 1억3020만 달러(약 1794억원)로 감소했다.
손실은 일부 대형 사고에 집중됐다. 보고서에서 상위 10건의 공격은 전체 도난액의 72.5%를 차지했고, 인프라·공급망 취약점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18억 달러(약 2조4804억원)를 넘었다.
피해 양상도 단순한 스마트컨트랙트 결함에 머물지 않았다. 중앙화거래소(CEX)에서는 개인키 탈취가, 탈중앙애플리케이션(dApp)에서는 스마트컨트랙트 익스플로잇이 주요 손실 원인으로 제시됐다.
온체인 보험은 블록체인 기반 프로토콜이 특정 사고에 대해 보장을 제공하는 구조다. 통상 보장 대상은 검증된 스마트컨트랙트 익스플로잇이나 인프라 장애처럼 사전에 조건을 정한 손실에 맞춰져 있다.
문제는 실제 사고가 이 범위를 자주 벗어난다는 점이다. 코인게코는 피싱, 개인키 도난, 직원 실수, 시장 변동, 지원되지 않는 체인에서 발생한 손실이 보장 밖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 공급도 약해졌다. 2026년 8월 기준 9개 온체인 보험 프로토콜 가운데 5개는 비활성화되거나 다른 영역으로 이동했고, 누적 지급액은 3300만 달러(약 455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본지는 앞서 코인게코 보고서를 바탕으로 보안 감사를 거친 프로토콜에서도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당시 보고서도 보험 보장 규모 축소와 감사 범위 밖 위험을 함께 지적했다.
감사는 특정 시점의 코드와 설계를 점검하는 절차다. 그러나 배포 이후의 코드 변경, 운영 서버 침해, 서명 권한 탈취, 프런트엔드 공격까지 모두 막아 주지는 않는다.
보험 시장의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이용자는 해킹 피해에 대비한 보장을 원하지만, 자본 제공자는 사고 규모와 빈도, 청구 가능 범위를 따져 위험 대비 수익을 계산한다.
크립토 보험의 가격 산정은 특히 어렵다. 공격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특정 인프라나 키 관리 체계가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누적 위험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6년 6월 17일 공개한 사이버보험 보고서에서 보장 범위의 모호성, 가격 산정, 누적 위험을 시장 제약으로 꼽았다. 이 설명은 전통 사이버보험을 다룬 것이지만, 보장 범위가 좁고 사고 규모 산정이 어려운 크립토 보험에도 닿아 있다.
장기 전망은 단기 지표와 다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2026년 6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크립토 보험 시장이 2026년 138억 달러(약 19조164억원), 2033년 1927억 달러(약 265조5406억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수치는 전체 시장 매출 추정치다. 코인게코가 집계한 온체인 보험 프로토콜의 가용 커버리지 감소와는 범위가 다르다.
이번 데이터는 크립토 보험이 사라졌다는 뜻보다 보안 사고의 형태가 보험 상품의 보장 구조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해킹 손실이 인프라, 키 관리, 공급망으로 번지는 동안 실제 보장 가능한 영역은 아직 제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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