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해킹 원인 개인키 유출 아닌 '서명 시스템 악용' 가능성

| 김서린 기자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암호화폐 해킹이 개인키 유출 없이 거래 서명 시스템을 악용한 공격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격자가 서명 시스템을 속여 악성 거래를 승인하도록 했을 가능성이다.

10월 30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도 벤나탄 블록에이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공격에 대한 초기 분석 결과 '키 악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개인키 자체를 빼내는 대신 서명 시스템을 속이거나 침해해 악성 거래를 승인받는 방식이다. 바이낸스에서 탈취된 암호화폐는 25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암호화폐 해킹 사상 최대 규모다.

벤나탄은 "서명 인프라가 침해된 것으로 보인다. 키가 유출됐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유사 공격을 분석한 경험과 온체인 활동 관찰을 바탕으로 내린 초기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해커들이 암호화폐를 탈취한 구체적인 수법을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미겔 모렐 아캄 CEO는 현재 확보된 정보만으로는 키 탈취와 인프라 침해 중 어느 방식이 쓰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해킹이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정 실행 권한을 악성 계약에 위임

블록에이드가 엑스에 공개한 온체인 분석에 따르면 공격자는 '바이낸스 14' 계정을 겨냥해 이더리움 개선 제안 EIP-7702에 따른 권한 승인 50건을 하나의 거래에 묶었다. 이 가운데 한 건이 해당 계정에서 요구하는 논스와 일치해 승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EIP-7702는 계정이 실행 권한을 스마트계약 코드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피해 계정은 검증되지 않은 자산 회수용 스마트계약에 실행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계약은 지정된 운영자가 토큰과 이더를 빼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벤나탄은 여러 기기를 침해한 뒤 거래소 내부 네트워크를 이동하며 공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바이비트 공격과 유사…북한 연계 가능성도 거론

벤나탄은 이번에 의심되는 서명 조작 방식이 2025년 2월 바이비트 공격과 닮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매우 유사하다"고 답했다. 당시 바이비트가 공개한 포렌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격자는 세이프 개발자의 인증정보를 탈취해 지갑 서비스 제공업체의 인프라에 접근했다. 이어 서명자들을 속여 악성 거래를 승인하도록 했다.

그는 온체인상 사전 준비가 정교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공격이 바이비트 사례처럼 북한 사이버 공격자와 연계된 작전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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