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AI 에이전트에 '주식 매매·신용카드 결제' 권한 개방… MCP 기반 ‘에이전틱 트레이딩’ 베타 출시

| 김서린

미국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Robinhood Markets·나스닥: HOOD)가 자사 고객의 자금을 AI 에이전트에게 위임해 주식을 거래하고 신용카드 결제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신규 서비스를 27일(현지시간) 베타 공개했다. AI가 ‘추천’을 넘어 ‘직접 실행’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 클로드·챗GPT·커서 연결… MCP 표준 채택

로빈후드가 발표한 '에이전틱 트레이딩(Agentic Trading)'은 사용자가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오픈AI의 챗GPT, 코딩 에이전트 커서(Cursor) 등 외부 AI 에이전트를 별도의 전용 증권계좌에 연결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연결된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사전에 정해둔 지침에 따라 주식 매매를 자율적으로 집행한다.

연결 방식은 앤트로픽이 주도해 표준화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Model Context Protocol)' 기반이다. MCP는 AI 에이전트가 외부 서비스에 구조화된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돕는 개방형 프로토콜로, 챗GPT·클로드·코덱스·커서 등 주요 에이전트가 모두 지원한다. 즉 로빈후드는 자체 폐쇄형 API가 아니라 업계 표준 인터페이스를 채택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주요 AI 에이전트에 자사 브로커리지 인프라를 개방한 셈이다.

사용자는 기존 주거래 계좌와 분리된 별도의 '샌드박스' 계좌를 개설하고, 여기에 자금을 입금한 뒤 사용 가능한 권한 범위를 정의하면 된다. 에이전트는 보유 종목·매수가능금액·체결내역 조회는 물론, 포트폴리오 자동 리밸런싱, 가격 트리거 매수 같은 복합 전략까지 수행할 수 있다. 로빈후드가 공개한 예시 명령어 중 하나는 "ROAR 종목이 하루 2% 이상 하락할 때마다 100달러씩 매수하라"는 것으로, 개별 체결마다 사용자 확인을 받지 않는 완전 자율형 실행이 가능하다.

베타 단계에서는 주식 거래만 지원되며, 옵션·암호화폐·이벤트 컨트랙트·선물은 정식 서비스 전환 이후 단계적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 신용카드도 'AI 결제' 시대… 골드카드 가상 버전 연결

로빈후드는 동시에 '에이전틱 크레딧카드(Agentic Credit Card)'도 공개했다. 자사 '골드(Gold) 신용카드'의 가상 버전을 AI 에이전트에 연결해, 항공권 예약이나 공연 티켓 구매 같은 결제 행위까지 에이전트가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에이전트 결제분에 대해서는 3%의 캐시백이 적용된다.

보안 측면에서는 가상카드만 접근 가능하도록 설계해 실물카드 정보 노출을 차단했고, 사용자는 지출 한도 설정 또는 건별 사전 승인을 의무화할 수 있다.

아브히섹 파테푸리아(Abhishek Fatehpuria) 로빈후드 제품관리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고객들은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로빈후드의 기능을 부여하기를 원하지만, 매우 안전한 방식으로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학습했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 책임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로빈후드의 '인프라 전략'

주목할 지점은 책임 구조다. 로빈후드는 자사 약관에서 "에이전틱 트레이딩은 투자 전액 손실 가능성을 포함한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고 명시했다. AI 에이전트의 성과를 감독·통제·보장하지 않으며, 에이전트가 지시를 잘못 해석하거나 불완전한 데이터로 행동해 발생하는 손실은 전적으로 사용자가 부담한다.

이는 로빈후드가 '투자자문'이 아닌 '실행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모든 다운사이드 리스크는 고객에게 귀속시키되, 자사는 거래 수수료와 카드 결제 인프라라는 수익 구조만 확보하는 구조다. 회사는 푸시 알림, 실시간 활동 피드, 원터치 연결 해제, 부정거래 탐지, 선택적 수동 승인 등을 안전장치로 함께 제공한다.

■ 은행권에 던져진 경고

이번 출시는 단순한 신상품 발표를 넘어 금융업계 전반의 '디스인터미디에이션(탈중개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 오픈AI는 플레이드(Plaid) 연동을 통해 사용자 금융계좌에 직접 접근하는 개인금융 도구를 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 로빈후드가 자사 거래·결제 인프라를 통째로 AI 에이전트에 개방했다.

리처드 크론(Richard Crone) 크론컨설팅 CEO는 아메리칸뱅커와의 인터뷰에서 "은행가들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건이어야 한다"며 "모든 은행 임원은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샘 올트먼의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며 챗GPT 파이낸스를 자사 사이트에 화이트라벨로 도입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는 그 신뢰를 챗GPT 같은 AI 모델에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가 은행 앱이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통해 모든 금융 활동을 시작하는 시대가 열린다면, 기존 금융기관은 '백엔드 정산기관'으로 격하될 수 있다는 경고다.

■ '블랙박스' 위탁의 그늘

다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AI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지만 편향과 오류, 한계를 동시에 가진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연구에 따르면 챗GPT를 비롯한 대형언어모델(LLM)은 중국 주식을 분석할 때 현지 데이터 접근성이 좋은 모델 대비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외국 편향(foreign bias)'을 보였다. 중국어 부정 뉴스를 추가로 학습시키자 과잉 낙관은 사라졌다. 비슷한 편향은 최신 모델에서도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AI 기반 트레이딩 전략의 실제 성과 기록도 엇갈린다. 초기 AI 펀드를 포함한 다수의 액티브·알고리즘 전략이 단순 인덱스 펀드 대비 장기 수익률에서 열위에 머물렀다. 과적합(overfitting), 알파의 빠른 차익거래 소멸, 유사 AI 시스템 간 군집행동(herding)이 우위를 빠르게 잠식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스템 리스크 우려도 있다. 동일한 AI 모델을 사용하는 투자자가 늘어날수록 동시다발적 매매 반응으로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 자동매매가 촉발한 과거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AI 능력을 부풀려 광고하는 'AI 워싱(AI-washing)'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해 왔다.

■ 한국 시장의 시사점

한국에서도 키움증권의 조건검색식 연동 자동매매, 챗GPT·제미나이를 활용한 개인 봇 제작 등 2030 세대를 중심으로 'AI 자동매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로빈후드 모델처럼 표준 프로토콜(MCP)을 통해 외부 상용 AI 에이전트에 증권계좌·신용카드 권한을 통째로 위임하는 형태는 국내에 아직 부재하다.

자본시장법상 일임매매·로보어드바이저 규제, 전자금융거래법상 본인확인·접근매체 양도 금지 조항 등은 '외부 AI 에이전트의 자율 집행'이라는 새로운 모델과 정면으로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향후 국내 증권사와 금융당국이 MCP 같은 개방형 에이전트 표준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가 한국 자본시장 AI 시대의 진입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AI 출력은 여러 입력값 중 하나로 다루고, 분산투자를 유지하며, 잃어도 되는 자본만 배분하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편의성이라는 외관 뒤에는 '블랙박스에 대한 전적인 신뢰'라는 본질적 위험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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