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기업이 블록체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투명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개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내역이 영구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경쟁사나 시장 조작 세력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한 제조업체가 공급업체와 계약을 체결한다고 가정하면,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서는 거래가 검증되더라도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거래 내역이 공개되면서 기업의 구매 패턴, 가격 전략, 주요 파트너십이 경쟁업체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업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피하고, 오히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선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업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투명성과 기밀성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 1990년대 넷스케이프가 SSL(보안 소켓 계층)을 도입하면서 전자상거래가 확산된 것처럼, 블록체인 역시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민감한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과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프라이버시 보호가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2020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및 헬스케어 산업이 소비자로부터 가장 높은 신뢰도를 얻었으며,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분야로 꼽혔다. 그러나 기밀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블록체인 채택이 오히려 기존 시스템에 비해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 환자의 의료 정보, 기업의 구조 조정 계획, 연구 개발 데이터 등이 블록체인에 기록될 경우, 보안이 유지되더라도 공개적인 특성 때문에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
문제는 블록체인의 ‘영구적 기록’ 특성 때문에 기업이 더욱 신중해진다는 점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데이터 접근성이 낮아지지만, 블록체인에서는 과거 거래 내역이 영원히 남는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 전략, 가격 정책, 파트너 네트워크 등이 오랜 시간 동안 경쟁자들에게 분석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지식 증명(ZKP), 프라이빗 스마트 컨트랙트, 비공개 트랜잭션 풀 등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영지식 증명은 거래의 유효성을 입증하면서도 세부적인 정보는 노출하지 않는 기술로, 블록체인 도입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핵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의 기본 원칙이 투명성이라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강화가 기존 철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핵심 혁신은 ‘탈중앙화된 신뢰 구축’이지 ‘모든 거래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기술은 블록체인의 근본적인 원칙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주요 기업들은 퍼블릭 블록체인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JP모건은 킨엑시스(Kinexys) 플랫폼을 구축했고, 월마트와 머스크는 하이퍼레저 기반의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공급망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공개 블록체인이 기업들의 기밀성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블랙록, 유비소프트, 워너뮤직 그룹 등 일부 대기업들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밀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점점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블록체인의 네트워크 효과를 약화시키고, 기업과 일반 사용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기회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 은행은 고객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신뢰를 구축해 금융 혁신을 이끌었다. 현대 블록체인 기술도 기밀성을 유지하면서 신뢰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향후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프라이버시 기술을 핵심 요소로 포함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결국 자체적인 폐쇄형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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