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 스테이블코인으로 돌파구…미국은 규제 정체

| 서지우 기자

러시아, 루블 스테이블코인으로 조용한 돌파…미국 규제 지연에 압박 커져

러시아가 루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앞세워 자체 크립토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면서, 정책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은행 로비와 수익률 규제를 둘러싸고 논쟁에 빠진 사이, 러시아는 제재 회피와 무역 활용을 겨냥한 전략적 암호화폐 인프라를 조용히 도입하고 있다.

최근 크립토 분석가이자 유튜버 ‘닉(NCash)’은 영상을 통해 “디지털 자산의 규제 경쟁은 이미 현실화됐고, 러시아는 명확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암호화폐의 국경 간 결제를 지향하며 관련 법과 수단을 속속 도입 중이다.

소매 투자 허용 법안과 루블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

러시아 하원이 2026년 봄 회기에서 처리 예정인 법안 초안에는, 일반 투자자가 연간 최대 30만 루블(약 577만 원)까지 암호화폐를 매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사전에 ‘위험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며, 거래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인가된 플랫폼에서만 가능하다.

결제 수단으로서 국내에서는 여전히 루블만 허용되지만, 암호화폐는 점차 ‘국제 무역용 자산’으로 분리해 활용하려는 정황이 뚜렷하다.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이 법안은 러시아가 2024년 시행한 채굴 및 해외 거래 합법화 조치 위에 올라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 러시아 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 루블 연동 스테이블코인 ‘A7‑A5’다. 이 수단은 하루 결제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 4,755억 원)를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1년 전만 해도 러시아 밖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온체인 유통량이 약 895억 달러(약 132조 원) 수준까지 급증했다. 이는 USDT(테더)나 USDC(서클)보다 높은 성장 속도다.

미국은 ‘정체’…코인베이스 CEO “은행이 수익률 제한 앞세워 시장 억누른다”

닉은 이 같은 러시아의 진전에 대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점유율에서는 여전히 1위지만, 정책 추진력은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은행들이 크립토 구조 개편 법안에서 경쟁사를 말살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은행들이 예금에 겨우 0.14%의 이자를 지급하면서, 연 3.8% 이상의 보상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 상품에 수익률 제한 규정을 씌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규제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며, 은행 중심의 규제 설계가 시장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닉의 지적은 미국 내부에 갇혀 있지 않다. 그는 영국이 올해 중으로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률 체계를 준비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의 ‘MiCA’ 규제도 이미 시행에 들어간 점을 짚었다. 중국은 결제 시스템과 수익률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이 기존 시스템 보호에만 집중한다면 ‘크립토 글로벌 리더’라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진짜 경쟁은 유통망…루블 경쟁력에 미치는 지정학적 영향 주목

이번 영상에서 주목할 대목은 단순히 러시아가 소매 거래를 허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재 회피와 결제망 구축 등 지정학적 목적에 핵심이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이란 등과 함께 안정적인 대체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루블의 대미 환율은 지난 1년간 40% 넘게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닉은 이 대목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지 디지털 자산이 아니라 통화 주권의 연장선”이라며, 루블, 엔, 파운드처럼 미국 달러가 아닌 주권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미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미국 중심 결제 패권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그는 오늘날의 ‘크립토 경쟁’은 과거의 기술 패권 경쟁과 매우 닮아 있다고 정리했다. 각국이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전략 자산화해 규제와 인가를 이용해 시장 표준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장 관심이 ETF 승인 여부에만 집중되어 있는 사이, 주요 경쟁국들은 결제망, 통화 수단, 거래 인프라에 제도적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다.

갈림길에 선 미국, 규제 속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까

닉은 현재 미국이 당장의 우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규제 병목과 은행 중심 구도가 글로벌 크립토 역학을 바꿀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 중요한 건 새로운 코인 허가나 ETF 승인보다도, 은행 수익을 지켜주려는 규제가 아닌 개방 경쟁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 여부다.

러시아의 루블 기반 전략, 미국과 유럽 규제의 온도차, 그리고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모두 디지털 화폐 시대의 ‘금융 주권’이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케 하는 주요 변수다. 플레이어들이 말을 따로 내는 사이, 목적지로 다가가는 속도 차가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스테이블코인, 이제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통화 주권’의 전쟁입니다”

러시아는 루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제재 회피와 대체 결제망을 구축하며, 디지털 화폐 시대 ‘자신들의 금융 영토’를 넓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수익률 제한과 은행 중심 규제에 갇힌 채, 글로벌 경쟁무대에서 반 박자 느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이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국가 전략 자산’이 되는 흐름 속에서,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역시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코인의 구조'와 '국가들의 암묵적 경쟁 구도'를 읽고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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