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트레이더들이 비상장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기업가치 상승에 베팅하기 위해 연환산 8700%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는 시간당 1%씩 비용을 내며, 1년 뒤 앤트로픽 가치가 88조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수준의 기대를 가격에 반영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상장사인 엔비디아($NVDA)의 시가총액이 5.2조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인 과열 양상이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 거래된 이 상품은 실제 앤트로픽 주식을 주는 구조가 아니다. 복잡한 약관과 오라클(가격 산정 기준), 낮은 미결제약정 한도, 단순한 매수 버튼이 뒤섞이면서 위험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채 거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트레이더들은 ‘주식’이 아니라 앤트로픽의 ‘가치 변화’에만 베팅한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는 앤트로픽 관련 계약의 펀딩비를 매시간 정산하며, 상한을 시간당 4%까지 두고 있다. 주말 동안 이 상품의 시간당 수수료는 1.5%를 넘기도 했고, 48시간 기준으로는 롱 포지션이 포지션 규모의 15% 이상을 펀딩비로 토해냈다. 1만달러를 롱으로 잡고 가치 변동이 전혀 없었다면 이틀 만에 1500달러가 사라지는 구조다.
이 상품은 앤트로픽의 실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벤추얼스(Ventuals)라는 파생 구조를 통해 비공개 기업가치를 추종한다. 문제는 기준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의 괴리가 커질수록 롱이 숏에게 계속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말 내내 계약 가격이 오라클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숏 포지션은 앤트로픽 약세에 베팅한 대가로 오히려 돈을 받는 ‘고수익 전략’처럼 작동했다.
앤트로픽은 2026년 2월 GIC와 코투가 주도한 300억달러 규모 시리즈 G 투자 유치에서 투자 후 기업가치 3800억달러를 인정받았다. 이후 매출이 빠르게 늘며, 브로커리지와 사설 시장에서는 1조달러에 가까운 평가가 거론됐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드래고니어, 제너럴 카탈리스트, 라이트스피드 등이 참여하는 약 9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라운드가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가격은 어디까지나 사적 거래와 추정치를 한데 묶은 수치일 뿐,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공식 시세’는 아니다. 오라클과 마크 가격이 벌어질수록 펀딩비가 폭증하는 구조도 그대로다. 결국 이번 사례는 AI 대형주의 인기에 올라탄 크립토 파생상품이 얼마나 과열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실제 주식을 사는 것도 아닌데, 비상장 기업가치에 대한 기대만으로 천문학적 비용이 붙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앤트로픽을 둘러싼 이번 ‘초고비용 베팅’은 비상장 AI 투자 열풍과 크립토 파생시장의 투기성이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준다. 시장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수록 롱의 부담은 커지고, 가격 괴리가 유지되는 한 숏은 오히려 현금흐름을 챙길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사례는 크립토 시장에서 ‘유동성’보다 ‘과열’이 먼저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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