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암호화폐 규제 'MiCA(암호자산시장법)'의 전환기간 종료가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럽 시장에 진출한 거래소와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허가 취득 또는 철수라는 갈림길에 섰다. 7월 1일부터는 각국 규제 체계 아래서 운영되던 사업자라도 MiCA 라이선스가 없으면 사실상 EU 고객 대상 서비스를 이어갈 수 없다.
13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유럽증권시장청(ESMA) 대변인은 이날부터 비허가 사업자는 “EU 내에서 운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승인 결과를 기다리며 무기한 기존 상태를 유지하는 대신, 영업 종료와 고객 이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마감 시한은 아직 인가가 끝나지 않은 기업들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청서가 접수돼 있더라도 보호장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심사 중인 업체들은 EU 고객을 상대로 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 규제 공백 상태에서 계속 영업할 경우 수백만 명의 이용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19개 암호자산서비스제공업체(CASP)가 허가를 받았고, 약 25건의 신청이 심사 중이다. 프랑스 금융시장청(AMF)은 7월 1일부터 MiCA 인가를 받지 못한 업체는 활동을 멈춰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앞서 AMF는 무허가 암호화폐 서비스가 최대 2년의 징역과 3만 유로, 약 35,000달러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독일도 비슷하다.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은 기존 예외 규정 아래 운영하던 사업자들에게 6월 30일까지 인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과도기 연장을 택하지 않아 이미 지난해 12월 31일부로 무허가 사업자 영업이 종료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신청서 제출만으로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로펌 워커스의 니얼 에슬러는 전환기간 종료 후에도 허가 없이 EU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 불법 영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MiCA는 각국 당국이 즉시 서비스 중단 명령, 고객 이관 강제, 업체 명단 공개, 행정 벌금 부과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이 여파는 이용자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OKX 유럽이 코인텔레그래프에 공유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5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유럽에서 집계된 1,850만 건의 암호화폐 앱 다운로드 중 약 760만 건, 전체의 41%가 MiCA 인가 사업자 명단에 없는 거래소로 향했다. OKX 유럽 최고경영자 에랄드 구스는 앱 다운로드만으로는 웹 이용자까지 반영되지 않는다며, 실제로는 더 많은 유럽 투자자가 비허가 플랫폼을 쓰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MiCA 승인을 기다리는 대형 거래소도 적지 않다. 비트겟은 오스트리아에서 허가를 신청했고,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유럽경제지역(EEA)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도 그리스에서 MiCA 라이선스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EU 인가 사업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시한을 단순한 규제 일정이 아니라 유럽 암호화폐 산업 재편의 분기점으로 본다. 허가를 받은 업체에는 제도권 신뢰가 쌓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업자들은 이용자 이탈과 영업 중단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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