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소법원이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징역 25년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2022년 FTX 붕괴로 상징되는 가상화폐 시장의 신뢰 훼손 책임을 다시 한번 무겁게 인정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제2연방순회항소법원 재판부는 12일(현지시간)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뱅크먼-프리드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그가 고객과 투자자, 규제 당국에는 FTX 고객 자금이 안전하다고 설명하면서도 실제로는 회삿돈을 사실상 개인 자금처럼 사용했다고 봤다. 고객 자금이 외부 투자나 부동산 매입, 정치 후원 등으로 흘러 들어간 점에 대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충분하고도 치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맡아 보관해야 할 고객 돈이 계열사 부실을 막는 데 전용됐다는 데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고객 자금을 빼돌려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메우고, 바하마에서 고급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FTX 사태는 한때 급성장하던 가상화폐 산업이 내부 통제와 회계 투명성, 고객 자산 분리 보관 같은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항소심에서도 형량이 바뀌지 않으면서 뱅크먼-프리드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최근 미국 법무부에 형이 확정된 뒤 사면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가상화폐 업계 일각에서는 그가 상고를 통해 시간을 더 끌기보다 형을 확정받은 뒤 사면 가능성에 기대를 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대통령의 사면권은 형사처벌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줄일 수 있는 권한이어서, 유명 경제 사건에서는 종종 정치적 해석과 함께 주목받는다.
특히 친가상화폐 정책을 내세워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이 사안을 어떻게 볼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한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을 지난해 10월 사면한 바 있다. 다만 뱅크먼-프리드 사건은 대규모 고객 피해와 시장 신뢰 붕괴를 동반한 만큼, 단순히 업계 친화 정책만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이 가상화폐 산업을 육성하더라도, 고객 자산 보호와 불법행위 처벌만큼은 한층 엄격하게 가져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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