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개인과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보유 한도를 제한하려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업계와 의회의 반발을 수용한 결정으로, 규제 기조가 ‘제한’에서 ‘성장 허용’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영란은행은 22일 성명에서 개인당 2만 파운드(약 4,146만 원), 기업당 1,000만 파운드(약 153억5,600만 원)로 설정했던 보유 한도안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대신 단일 ‘시스템 중요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유통량을 400억 파운드(약 61조4,240억 원)로 제한하는 ‘거시적 발행 가드레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번 조치는 개인과 기업의 사용을 직접 제한하는 대신, 시장 전체 규모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규제 초점을 이동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반 이용자와 기업은 스테이블코인 거래 금액이나 빈도, 유형에 대한 별도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영란은행은 이러한 설계가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인한 금융 시스템 불안을 방지하면서도, 산업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자산 규제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무이자 중앙은행 예치금 비중이 높았지만, 이번 조치로 해당 비율이 30%로 낮아졌다.
대신 발행사는 최대 70%까지 만기 6개월 이하의 영국 국채(T-bill)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발행사들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허용한 변화로 평가된다.
다만 이용자에게 단순 보유만으로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는 것은 금지된다. 대신 웹3 결제와 연계된 캐시백, 포인트 등 ‘활동 기반 보상’은 허용된다.
정책 선회 배경에는 의회와 업계의 강한 반발이 있다. 영국 상원 금융서비스규제위원회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기존 한도안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란은행 역시 “제안된 규제가 비즈니스 모델과 국제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당초 정책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업계 비판도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영란은행은 이번 가드레일이 ‘임시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시장 안정성이 확보되면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궁극적으로는 폐지할 계획이다.
오는 9월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규제가 확정되며, 2027년부터 영국 내 규제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이 본격 허용될 전망이다.
이번 정책 변화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통제’에서 ‘관리와 성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영국이 디지털 자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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