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 최고경영자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 직후 회사를 사실상 지켜내기까지의 과정을 털어놨다. 그는 정부의 ‘무한한 권한과 자원’ 앞에서 맞서 싸우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대 경영대학(KU School of Business) 강연에서 갈링하우스는 2020년 SEC의 제소 이후 리플이 얼마나 큰 압박을 받았는지 설명했다. 그는 XRP가 주식처럼 회사 지분을 뜻하는 자산이 아니라, 결제용으로 설계된 토큰이라고 강조했다. 리플은 XRP를 기반으로 빠르고 저렴한 송금 기술을 구축했지만, 네트워크는 오픈소스 코드로 돌아가고 리플이 토큰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SEC는 XRP를 증권으로 봤다. 당시 당국은 리플과 갈링하우스 개인이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갈링하우스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SEC 관계자와 네 차례 만났지만, 어느 누구도 XRP가 증권일 수 있다고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왜 변호사가 필요하겠느냐고 생각했다”며, 당시에는 기술의 활용 방식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2020년 소송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갈링하우스는 SEC가 개인 사건은 취하하려 하면서도 회사에 대한 소송은 유지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과정이 ‘불쾌하다’는 수준을 넘어 ‘비윤리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리플은 이 4년 넘는 법적 공방에 약 1억5000만달러를 썼고, 결국 승소했지만 SEC는 항소 가능성을 남겨뒀다.
갈링하우스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함께 SEC 수장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봤다. 새 리더십은 가상자산에 훨씬 더 건설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는 업계가 미국에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1996년 통신 규제 완화가 기술기업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던 것처럼, 가상자산도 명확한 ‘규칙’이 있어야 투자와 산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리플 소송이 단순한 법정 다툼이 아니라, 미국 가상자산 규제의 방향을 가르는 상징적 사건이었음을 다시 보여준다. XRP를 둘러싼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업계가 원하는 것은 불확실성보다 예측 가능한 ‘규제 기준’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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