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가 테더(Tether)의 ‘USDt’를 국가 결제 시스템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성적인 미국 달러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의미 있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스페인어 매체 크립토노티시아에 따르면 호세 가브리엘 에스피노사 볼리비아 경제·재정장관은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볼리비아노와 미국 달러에 더해 USDT를 ‘하나의 통화처럼’ 유통할 수 있는 규제 틀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논의는 초기 단계지만, 승인될 경우 현금이나 전통적 은행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상 결제와 저축, 무역에 USDT를 쓸 수 있게 된다.
다만 정부는 도입 조건으로 강력한 규제와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조했다. 볼리비아는 현재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그레이리스트’에 올라 있어,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방지에 미흡한 국가로 분류된다. 당국이 제도 설계를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볼리비아의 이번 움직임은 지난해 암호화폐 금지 조치를 해제한 뒤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2025년 말 집권한 로드리고 파스 페레이라 대통령 정부도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계좌를 포함한 크립토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길을 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USDT는 시가총액이 1840억달러를 웃도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이다.
볼리비아의 스테이블코인 추진 배경에는 달러 품귀가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1달러당 6.86볼리비아노의 공식 환율을 유지했지만, 외환보유액 압박이 커지면서 사실상 페그제를 포기했다. 이후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의 격차가 벌어졌고, 시장에서는 달러가 프리미엄을 얹은 값에 거래되는 병행환율 시장이 커졌다.
이 틈을 메우며 수요가 늘어난 대안이 바로 USDT 같은 달러 연동 코인이다. 실제로 볼리비아는 체이널리시스의 2025년 라틴아메리카 암호화폐 채택 평가에서 12개월간 총 거래량 148억달러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달러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실수요가 커진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원달러환율 1499원을 기준으로 보면 1840억달러 규모의 USDT는 약 275조원 수준이다. 볼리비아의 제도권 편입이 현실화될 경우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거래 수단을 넘어, 통화 불안이 큰 신흥국에서 ‘준달러’ 역할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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