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서두르기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15일 강조했다. 미국이 디지털자산을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달러 영향력을 넓히는 국가 전략으로 다루는 만큼, 한국도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 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통화 주권과 시장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민병덕·박민규 의원은 이날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와 디지털자산 정책 싱크탱크 MRI가 공동 주최한 ‘미국의 디지털자산 패권 전략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두 의원은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과 함께 지난달 미국 백악관과 의회, 증권거래위원회, 뉴욕증권거래소, 코인베이스 등을 방문해 현지의 시장 운영 방식과 입법 흐름을 점검한 바 있다. 미국의 제도 정비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뒤처질 경우, 관련 산업과 자금이 해외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번 발언의 배경으로 읽힌다.
민병덕 의원은 미국이 디지털자산을 달러 패권 강화 수단으로 보고 접근하는 반면,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같은 기초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 가상자산보다 결제와 송금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통화 기반 디지털 결제 생태계를 만드는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신산업 이슈가 아니라 금융 인프라와 통화 경쟁력의 문제로 보고 있다.
박민규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라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와 정책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된 뒤인 올해 9월께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를 다시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후 법안에 어떤 내용을 담고 언제 발의할지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당장 법안 초안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입법 논의를 다시 제도권 안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정치권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세미나에서는 제도를 설계할 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도 함께 논의됐다. 발제에 나선 법무법인 광장 한서희 변호사는 미국과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제대로 협력하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도입이 늦어지면 시장이 한국 밖에서 먼저 형성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종승 MRI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의 소유 구조, 이른바 은행 지분 51% 규정 논란보다 위기 대응 장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가 발행하느냐 못지않게, 발행 이후 이용자가 상환을 요구할 때 자금을 제때 돌려줄 수 있는지, 결제와 정산이 흔들림 없이 이뤄지는지가 제도의 신뢰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의 디지털자산 논의가 투자 규제 차원을 넘어 통화 주권, 금융 안정, 국제 경쟁력까지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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