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네트워크에서 ‘데이터 제한’을 둘러싼 논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합의가 필요한 제안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일부 개발자들이 ‘투표 없는 우회 전략’을 꺼내들며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도입부에서는 기존 제안의 한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금융 데이터를 줄이자는 ‘BIP 110’은 사용자 활성화 소프트포크 방식으로, 채굴자 5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지지율은 사실상 ‘0%’에 가까운 수준이며, 과거 어느 시점에서도 1%를 넘지 못했다. 규칙 자체를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합의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이와 달리 비트코인 오디널스 및 룬즈(Runes) 생태계 핵심 인물인 레오니다스(Leonidas)는 전혀 다른 접근을 제시했다. 그는 ‘DOG 모드(DOG Mode)’라는 오픈소스 비트코인 클라이언트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기존 합의 절차를 건너뛰는 방식을 택했다.
DOG 모드는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가 설정한 두 가지 ‘전파 정책(relay policy)’을 수정한다. 하나는 노드가 다른 노드로 전달할 수 있는 최대 거래 크기 제한이고, 다른 하나는 ‘더스트 한도(dust limit)’로 불리는 최소 출력 금액 기준이다.
현재 비트코인 코어는 약 40만 웨이트 유닛 규모까지만 ‘표준 거래’로 간주한다. 이는 전체 블록(400만 웨이트 유닛)의 약 10% 수준이다. 반면 DOG 모드는 이를 390만까지 확대해, 사실상 블록 하나를 거의 채우는 거래도 전송 가능하게 만든다.
더스트 한도 역시 기존 294~546 사토시에서 ‘1사토시’로 낮춘다. 이 변화는 오디널스나 룬즈처럼 데이터를 거래에 삽입하는 구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오디널스와 룬즈는 최소 금액 제한을 충족하기 위해 불필요한 비트코인을 덧붙여야 한다. 레오니다스는 이 제한이 사라질 경우 약 2,500만 달러(약 370억 원)의 자금이 시장으로 다시 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핵심은 ‘합의 필요 여부’다. BIP 110은 네트워크 규칙 자체를 바꾸기 때문에 다수의 동의가 필수다. 반면 DOG 모드는 단순히 “어떤 거래를 전달할 것인가”라는 개별 노드의 선택을 바꿀 뿐이다.
비트코인 구조상, 채굴자가 직접 거래를 받아 블록에 포함하면 해당 거래는 유효하다. 즉, 단 한 명의 채굴자만 수수료를 받고 이를 채굴하면 성립된다. 별도의 승인 절차나 시그널링 기간도 필요 없다.
현재 갈등은 ‘프로토콜 변경’이 아닌 ‘클라이언트 선택’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데이터 제한을 지지하는 진영은 비트코인 코어의 대안인 ‘비트코인 노츠(Bitcoin Knots)’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DOG 모드는 그 반대 진영의 대응 카드다.
다만 DOG 모드는 아직 초기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코드 저장소나 버전, 테스트 결과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레오니다스는 개발자와 채굴자, 사용자 참여를 촉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의 이해관계 역시 논쟁거리다. 그는 룬즈 생태계를 적극 지지해온 인물이며, 해당 변경으로 확보되는 자금이 자신이 관여한 프로젝트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결국 이번 논쟁의 본질은 단순하다. BIP 110은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변화’이고, DOG 모드는 ‘합의 없이도 실행 가능한 변화’다.
네트워크 철학 측면에서는 전자가 정석에 가깝지만, 현실 작동 방식에서는 후자가 더 빠르게 영향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비트코인이 기술적 규칙보다 ‘실제 사용 방식’에 의해 진화해온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한편 관련 토큰인 도그(DOG) 가격은 발표 이후 뚜렷한 변동 없이, 최근 24시간 기준 약 1.2% 하락에 그쳤다. 시장은 아직 이 이슈를 ‘구현 전 단계의 논쟁’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비트코인 생태계는 지금, 규칙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우회할 것인지라는 또 하나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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