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디파이(DeFi) 핵심 상품인 ‘크립토 볼트’와 온체인 대출 전략에 대해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블록체인 기반이라도 기존 증권법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시장에 경고음을 보냈다.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SEC 위원은 23일 성명을 통해 크립토 볼트와 온체인 자산 운용 구조가 설계 및 운영 방식에 따라 연방 증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토큰화된 증권은 여전히 증권”이라며 “이 원칙은 볼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피어스 위원은 특히 기술적 형식을 이유로 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해석하면 결국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디파이 업계 전반에 규제 리스크를 환기했다.
크립토 볼트는 이용자가 암호화폐를 스마트컨트랙트에 예치하면, 해당 자산이 대출 시장이나 수익 전략에 자동 배분되는 구조다. 투자자는 수익을 얻고, 자금 배분은 알고리즘 또는 ‘볼트 큐레이터’로 불리는 전문가가 결정한다.
이 같은 구조는 최근 빠르게 성장해왔다.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 등 대형 거래 플랫폼도 스테이블코인 잔고에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볼트를 도입했다. 7월 기준 볼트 시장에는 약 86억 달러(약 12조6,000억 원)의 자산이 788개 상품에 분산돼 있으며, 이용자는 1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어스는 볼트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자산 운용 기능을 수행할 경우, 투자회사나 투자자문업과 유사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운용자가 투자 전략을 선택하거나 자산 재배분을 수행하고, 타인에게 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구조는 기존 금융 규제 틀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온체인 대출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금리, 담보 요건, 지원 자산 등 핵심 요소를 누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증권법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발언 직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표적인 볼트 인프라 프로젝트 중 하나인 모르포(MORPHO)는 약 5% 하락하며 전체 암호화폐 시장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디파이 전반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피어스는 개발자들에게 블록체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규제 밖에 있다고 가정하지 말고, SEC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이 새로운 자산 운용 방식은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증권법과의 접점을 지금 해결해야 그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디파이와 전통 금융 규제의 경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크립토 볼트와 온체인 대출처럼 ‘자동화된 금융 서비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규제 당국의 판단 기준이 시장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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