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인터넷 그룹(Circle Internet Group, CRCL)이 미국 통화감독청(OCC)의 첫 디지털 화폐은행 승인이라는 역사적 쾌거를 이뤘지만, 주가는 62달러 선에서 방향성을 잃은 채 변동성만 키우고 있다. 최근 CRCL은 62.36달러에 거래되며 전일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최근 한 달간 12.1% 하락하고 90일 기준으로는 37.4% 급락하는 등 중장기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지난 1년간 총 주주수익률(TSR)이 마이너스 67.7%를 기록하며 상장 초기의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가는 모습이다. 이는 CRCL이 지난해 197.9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저 49.90달러까지 폭락한 뒤 현재 수준을 유지 중인 데 따른 것이다.
서클은 최근 OCC로부터 '서클 내셔널 트러스트(Circle National Trust)' 설립 승인을 받으며 미국 최초의 국가 디지털 화폐 신탁은행 지위를 확보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날 CRCL은 장중 16% 이상 급등해 72.8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최근 두 달 중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장 마감 시점에는 65.8달러(+4.4%)로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고, 이후 거래에서도 62달러 초반대로 밀리며 규제 승인이라는 호재를 주가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 최근 거래에서는 장중 최고가 63.18달러, 최저가 59.97달러를 기록하며 하루 변동폭만 5% 이상에 달했다.
반면 140여 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경쟁 스테이블코인 OUSD 출시 소식에는 17.5% 폭락하며 60달러 선까지 내려앉는 등 악재에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서클의 핵심 비즈니스는 USDC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리다. 현재 USDC 유통량은 737억 달러로 테더의 USDT에 이어 글로벌 2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USDC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기업과 개발자들이 자금을 이동시키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으며, 서클은 이를 통해 준비금 운용 수익을 독점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독점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들이 주도하는 OUSD는 수익을 사용자에게 환원하는 구조로 설계돼 서클의 수익 모델을 정면으로 위협한다. 시장은 이를 "서클의 준비금 수익 독점이 무너지는 신호"로 해석하며 즉각적인 매도세로 반응했다.
엘립틱(Elliptic)은 최근 서클을 컴플라이언스 에이전트 설계 프로그램에 추가했다고 발표했으며, 헤삽(Hesab)은 무브먼트(Movement)를 글로벌 자기수탁 은행의 전용 스테이블코인 결제 네트워크로 선정하는 등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클은 노무라증권과 협력해 2027년 일본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외환(FX) 결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서클이 미국 시장을 넘어 국제 금융 인프라로 확장하려는 로드맵의 핵심 마일스톤이다. USDC 기반 결제 레일을 기관 FX 및 국경 간 송금의 백본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전략이다.
OCC 승인을 받은 서클 내셔널 트러스트는 단순한 핀테크 기업에서 규제받는 디지털 화폐 은행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서클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기업 성격 재정의(reframing as financial infrastructure)"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Yahoo Finance는 "이러한 상승 잠재력이 이미 현재 주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주요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공정가치 추정치는 35.82달러로 현재 거래가(62달러 초반)보다 약 42% 낮은 수준이다.
CRCL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MarketBeat에 따르면 컨센서스 등급은 '보유(Hold)'이며 평균 목표가는 113.25달러다. 그러나 개별 증권사 전망치는 미즈호증권의 50달러(비중축소)부터 일부 기관의 243달러까지 5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Futubull의 집계에서는 평균 목표가가 136.43달러로 더 높게 나타났지만, 최저 65달러에서 최고 243달러까지 예측 범위가 넓어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Compass Point는 목표가를 현재가 수준인 62달러로 제시하며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주요 증권사들은 USDC의 시장 지배력과 규제 승인이라는 강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쟁 심화와 밸류에이션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가가 52주 최저가 대비 약 25% 회복했지만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68% 이상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기술적 반등 여지와 펀더멘털 리스크가 공존한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는 가운데에도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는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최근 약 133만 달러 규모의 CRCL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변동성 속에서도 장기 성장 가능성을 보는 기관 자금이 유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CEO 제레미 알레어(Jeremy Allaire)는 6월 5일 56,200주를 매각했다. 내부자 매도는 주가 하락 국면과 맞물려 일부 투자자들에게 우려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클은 현재 시가총액 약 155억 달러 규모로 거래되고 있으며, 일 평균 거래량은 약 776만 주를 기록 중이다. 장전·장후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점도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은 서클이 디지털 화폐 은행으로서 규제 우위를 확보한 만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경쟁 심화와 밸류에이션 논란이 주가 방향성을 제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2027년 일본 서비스 출시와 규제 환경 변화, 그리고 USDC 시장점유율 추이를 주요 모니터링 지표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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