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CME 그룹과 규제당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암호화폐 무기한 선물(perps)’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전통 금융과 디파이(DeFi)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CME는 최근 CFTC와 마이크 셀릭 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와 코인베이스($COIN)에 암호화폐 기반 무기한 선물 상장을 허용한 결정을 문제 삼았다. ‘만기 없는 선물’ 구조가 기존 선물 정의와 맞지 않으며, 법 적용도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일 없이 레버리지를 활용해 가격에 베팅할 수 있는 구조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비미국 시장에서 관련 거래량은 약 60조 달러(약 8경7600조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 분쟁 이후 원유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등 디파이 기반 플랫폼에서 24시간 거래 수요가 급증했다.
CME는 무기한 선물이 기존 ‘선물(futures)’이 아닌 ‘스왑(swap)’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CME 테리 더피 회장은 “정해진 만기가 없는 계약은 법적으로 선물이 아니다”라며 “스왑 거래는 별도의 규제와 증거금 요건을 따른다”고 지적했다.
반면 CFTC는 새로운 시장 수요에 맞춰 유연한 접근을 택했다. 기존 규정이 아닌 정책 성명을 통해 무기한 선물 도입을 허용했고, 개별 심사 방식으로 시장을 열었다. 그 결과 칼시는 출시 일주일 만에 거래량 10억 달러(약 1조4600억 원)를 기록했다.
다만 CFTC 내부 구조도 논란이다. 현재 위원회는 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충분한 견제 없이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CME 역시 24시간 거래 확대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CME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을 24시간 거래로 전환하려 했지만, CFTC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전통 금융 상품에는 엄격하면서, 무기한 선물에는 관대한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이번 갈등을 단순한 규제 분쟁이 아닌 ‘기득권과 혁신의 충돌’로 해석한다. 하이퍼리퀴드 정책센터의 제이크 체르빈스키는 “CME는 경쟁을 원하지 않으며, 규제를 통해 이를 막으려 한다”고 밝혔다.
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미국의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TD 코웬의 자렛 사이버그는 “무기한 선물의 법적 성격이 ‘선물’인지 ‘스왑’인지에 따라 규제와 세금 체계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현재 CFTC는 정식 규칙 제정 없이 정책 중심으로 시장을 열고 있어, 향후 제도적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이번 소송은 미국이 디파이와 전통 금융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선택할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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