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시행한 정책 변화로 전 세계 수사기관의 정보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세탁 추적’과 범죄 대응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2025년 4월부터 일부 국가 수사기관과의 협력 방식을 변경했다. 이로 인해 사기 사건 추적이나 자금세탁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사용자 정보 확보가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이번 변화는 6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 수사기관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문제로 제기됐다. 유럽 5개국 경찰 관계자들은 바이낸스로부터 정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기존에는 거래소가 수사기관 요청에 직접 응답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요청이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를 통해 처리되고 있다. 바이낸스는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 규제 체계 아래 운영되고 있으며, 이 절차를 거치면서 응답 속도가 크게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브루클린 지방검사실의 검사 알로나 카츠(Alona Katz)는 “기록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사건 결과를 좌우한다”며 지연이 수사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새 정책에 따라 해외 수사기관은 ‘상호 법률 지원 조약(MLAT)’을 통해 요청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늘었다. MLAT는 국가 간 공식적인 증거 교환 절차로 법적 안정성은 높지만, 처리 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직접 협력’ 방식과 비교해 대응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에는 의심 계정 동결이나 사용자 정보 제공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변화의 체감도는 크다.
다만 바이낸스는 아동 성착취, 테러, 생명 위협과 같은 긴급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속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 측은 협력이 약화됐다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회사 대변인은 “글로벌 수사기관과의 협력은 오히려 매년 확대되고 있다”며 “규제와 데이터 보호 환경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기준을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통 금융기관 수준을 넘어서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주요 기관과의 협력도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최근 미국 법무부(DOJ) 내부 메모에서 “바이낸스로부터 자산 동결 및 압수 협조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 이후 확대됐다. 다만 바이낸스는 미국 당국과의 협력 수준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월스트리트저널과 포춘은 올해 초 바이낸스가 이란 관련 의심 거래를 조사하던 내부 컴플라이언스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낸스는 해당 보도를 ‘사실 왜곡’이라며 부인한 상태다.
결국 이번 정책 변화는 규제 준수 강화와 수사 협력 사이의 균형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 해석된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거래소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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