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암호화폐 규제 초안을 공개하며 ‘디지털 자산’ 관리 체계 도입에 본격 착수했다. 기존 증권시장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업의 자본 요건을 포함한 암호화폐 규제 초안을 발표하고, 디지털 자산 보관·거래·기록 시스템 전반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번 초안은 7월 21일 국가두마 통과, 7월 24일 연방위원회 승인된 디지털 자산 법안을 기반으로 마련됐다. 해당 규정은 9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핵심은 ‘디지털 예탁기관’ 신설이다. 이는 암호화폐 및 디지털 자산 보유 내역을 기록·관리하는 규제 대상 기업으로, 서비스 유형에 따라 5천만~2억5천만 루블(약 57만~280만 달러, 약 8억~40억 원)의 자본금을 요구받는다.
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은 최대 기준인 2억5천만 루블이 필요하다. 해외 수탁기관을 이용하거나 직접 지갑 주소를 통제하는 기업은 1억 루블(약 110만 달러), 기타 일반 디지털 예탁기관은 5천만 루블 수준으로 완화된다.
자본금은 반드시 ‘유동성 자산’으로 구성해야 하며, 금융자산 역시 중앙은행의 신용등급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은 디지털 금융자산 거래를 처리하는 전자 플랫폼 운영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번 규제는 단순 등록 수준이 아니라, 러시아 증권시장에 적용되던 거래·보관·공시 체계를 디지털 자산 시장에 그대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은 디지털 예탁기관,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사, 디지털 자산 발행사에 대한 공식 등록부를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암호화폐 시장을 ‘준(準) 금융시장’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대신 진입 장벽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초안은 유럽연합(EU)이 14개 암호화폐 기업을 겨냥한 21차 제재 패키지를 발표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나왔다. 제재 대상에는 1,200억 달러 규모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A7’도 포함됐다.
글로벌 규제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자체적인 통제 체계를 강화하며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이번 규정은 아직 확정 단계가 아닌 ‘공개 의견 수렴’ 단계로, 시장 반응에 따라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가 제시한 이번 규제 틀은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과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가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향후 실제 시행 과정에서 시장 위축과 제도 안정성 확보 사이의 균형이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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