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Pavel Durov)를 테러활동 방조 혐의로 국제 지명수배하면서 텔레그램 기반 톤(TON) 생태계에 새 규제 변수가 떠올랐다.
프로토스는 29일(현지시간) FSB가 두로프에게 러시아 형법 205조의1 1.1항을 적용했다고 전했다. FSB는 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 특수기관과 테러·극단주의 조직이 러시아 내 사보타주와 테러, 대량 살상, 사이버 사기를 준비하고 조율하는 데 쓰인 채널과 채팅방, 봇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텔레그램 데이팅 봇 '레오나르도 다빈치크'를 문제 삼았다. 러시아 측은 2025년 7월 이후 16개 지역에서 12세에서 22세 사이 이용자 46명이 붙잡혔고, 이들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온라인 접촉을 받은 뒤 방화와 경찰관 공격에 동원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수사위원회가 제시한 방식은 구체적이다. 젊은 여성 행세를 한 요원이 10대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고, 피싱 링크를 보내거나 위치 공유를 요구한 뒤 러시아 법집행기관을 사칭한 인물이 나타나 협박하는 구조다. 다만 이 내용은 러시아 정부의 일방적 발표로, 독립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텔레그램의 공식 대응은 짧았다. 텔레그램 엑스(X) 계정은 가운뎃손가락을 세운 두로프의 사진을 올렸다. 두로프는 이번 수사가 정치적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당국이 자국 내 텔레그램 접속을 제한할 명분을 찾고 있다는 주장이다.
두로프와 러시아 당국의 충돌은 오래됐다. 러시아 태생인 그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린 브콘탁테(VKontakte)를 창업했지만 당국의 압박 속에 2014년 잔여 지분을 정리했다. 2018년에는 텔레그램이 FSB의 암호화 키 제출 요구를 거부하자 러시아가 텔레그램을 차단했다. 올해 러시아는 금지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텔레그램에 1억 루블의 벌금을 부과했다.
두로프를 겨냥한 사법 리스크는 러시아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4년 프랑스도 사기와 아동 성착취물, 자금세탁 등 범죄가 앱에서 확산되도록 방치했다는 혐의로 두로프를 체포했고, 약 1년 뒤 수사를 이어가는 조건으로 두바이 귀국을 허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프랑스의 조치를 두고 "이런 종류의 플랫폼은 모두 마찬가지"라며 "두로프에게 그렇게 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체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 역시 이 플랫폼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텔레그램을 둘러싼 각국 정부의 시각이 단순한 메신저 규제를 넘어 안보와 범죄 대응 문제로 옮겨갔다는 뜻이다.
앞서 본지는 국제 체포영장 보도가 플랫폼 책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을 악용한 사칭·피싱 문제는 암호화폐 업계에도 직접 닿아 있다. 본지는 또 웹3 종사자를 겨냥한 채용 사기형 악성 소프트웨어가 텔레그램 세션과 지갑 관련 정보를 노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도 사실관계와 별개로 메신저 기반 신원 확인과 이용자 보호 문제가 다시 부각된 사례다.
이번 국제 지명수배의 실제 집행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 두로프가 머무는 아랍에미리트가 러시아의 인도 요청에 응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텔레그램 접근성이 흔들릴 경우 이용자 기반과 연결돼 성장해 온 TON 네트워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향후 쟁점은 러시아의 접속 제한 여부와 프랑스 수사 진행, 텔레그램 생태계의 규제 대응으로 모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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