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억 대 스마트폰에 ‘스테이블코인’ 기능을 기본 탑재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유통 채널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단숨에 스테이블코인 확산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 2026’ 행사에서 삼성 월렛에 스테이블코인 기능을 추가하고, 이를 8억 대 이상의 기기에 기본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능은 법정화폐에 연동된 계정 형태로, 송금과 결제를 보다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미 삼성 월렛은 한국에서만 약 1,9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전 세계 61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이 결합되면 기존 결제와 디지털 자산이 하나의 앱에서 통합되는 구조가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의 핵심을 ‘기술’이 아닌 ‘유통’으로 본다. 암호화폐 투자은행 아레타의 조셉 고 디렉터는 “스테이블코인 대중화의 가장 큰 장벽은 신규 이용자 접근성”이라며 “삼성은 이미 막대한 유통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USD코인(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경로로 삼성이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솔스티스의 공동 창업자 벤 나다레스키 역시 “그동안 크립토는 유동성은 풍부했지만 일상 결제로 이어지는 경로는 약했다”며 “삼성 월렛은 카드와 결제 허브 안에 스테이블코인을 넣어 이 흐름을 바꾸려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미 2019년부터 보안 영역 ‘녹스(Knox)’ 기반 디지털 자산 지갑을 도입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트론(TRX) 등을 지원해왔다. 여기에 이번 스테이블코인 기능까지 더해지면 별도 거래소나 앱 없이도 암호화폐 사용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폰 제품 담당 리 딘햄 매니저는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가치 전송을 지원하는 최초의 주요 스마트폰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결제, 보상, 디지털 자산이 통합된 금융 생태계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전략은 단순한 기능 추가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SDS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투자가 ‘스테이블코인 및 AI 결제 인프라 진출’을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 삼성SDS, 삼성카드는 지난 5월 약 4억800만 달러(약 5,830억 원)를 투입해 두나무 지분 4%를 확보했다. 이는 단순 투자라기보다 지갑(유통)과 거래 인프라를 동시에 장악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조셉 고는 “월렛이 유통을 확보했다면, 두나무 투자는 그 아래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라며 “삼성은 외부 의존이 아닌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달러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모두를 겨냥한 전략이며, 규제가 확정되기 전 타이밍을 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초안을 공개했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규제 체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애니모카 브랜즈의 로비 영 CEO는 “모바일 생태계는 폐쇄적이기 때문에 암호화폐 유통이 어려웠다”며 “삼성의 이번 시도는 산업 전반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크립토 네이티브 플랫폼 대비 절대적 우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같은 회사의 얏 시우 회장은 “이번 움직임은 슈퍼앱 전략이라기보다 기능 확장에 가깝다”면서도 “암호화폐 사용자 확보 측면에서 애플과 구글 대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실제 성공 여부는 상점과 서비스가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결제 수단으로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능 업데이트를 넘어 ‘스테이블코인 유통과 인프라를 동시에 장악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실제 사용자 확산으로 이어질 경우, 암호화폐 시장의 대중화 속도는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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