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상자산 유동성 공급 업체와 시장조성 업체들이 국내 가상자산 제도 정비와 법인 시장 개방을 앞두고 한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규제 틀이 불분명해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올해 하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추진되고 상장 법인과 전문 투자자 등록 법인의 거래 허용이 예고되면서 한국 시장을 실제 사업 기회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8월 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플로 트레이더스, 컴벌랜드, 윈터뮤트 등 해외 주요 업체들은 최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와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시장에서 매수·매도 주문이 원활히 맞붙도록 물량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거나, 직접 매매에 참여해 가격 형성을 돕는 곳들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성장해 거래는 활발했지만, 기관 중심 거래를 받칠 제도와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만큼 제도화 이후에는 해외 전문 업체들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법인 자금이 시장에 들어올 때 필요한 유동성이다. 법인이 한꺼번에 큰 규모로 주문을 내면 개인 중심 시장에서는 가격이 급하게 흔들릴 수 있다. 유동성이 충분한 일부 거래소를 제외하면 대량 주문을 한 번에 소화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해외 시장처럼 장외거래를 통해 블록딜(장외 대량매매)이나 트왑, 즉 일정 시간 동안 주문을 나눠 체결해 평균 가격을 맞추는 방식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거래 구조에서는 유동성 공급 업체의 존재가 사실상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역할을 맡을 만한 업체층이 두텁지 않다는 점도 해외 업체들에 유리한 조건으로 꼽힌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유동성 공급 산업이 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장외거래 관련 사업이 제도권 안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산업이 커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플로 트레이더스, 컴벌랜드, 제인 스트리트는 이미 국내에 법인이나 영업소를 두고 있고, 지에스알과 점프 트레이딩도 규제 방향이 구체화되면 국내 법인을 통해 진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일부 업체는 전문 투자자 등록 법인 자격을 갖춰 국내 거래소에서 직접 매매에 나서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진출 방식은 아직 유동적이다. 매매업 인가 요건과 허용되는 사업 범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 업체들은 직접 라이선스를 확보해 들어오는 방안과 함께,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나 중개형 장외거래 업체와 손잡고 제한적인 역할부터 시작하는 방안도 함께 따져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대규모 진입이 쉽지는 않지만, 법인 거래와 상장지수펀드 현물·선물 시장이 열리면 관련 유동성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 중심에서 기관 참여형 구조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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