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결혼식 참석 중이던 코리 클립스텐(Cory Klippsten) 스완 CEO에게 긴급 메시지가 쏟아졌다. 수천 명의 사용자가 보관하던 ‘비트코인(BTC)’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지갑 ‘콜드카드(Coldcard)’의 오래된 펌웨어 결함이 뒤늦게 공격에 악용되며 약 1600BTC, 약 1억 달러(약 1425억 원) 규모 자금이 탈취됐다.
사건은 지난주 목요일 시작됐다. 문제의 원인은 2021년 3월 배포된 펌웨어 업데이트였다. 해당 업데이트에 포함된 결함으로 일부 사용자 지갑의 ‘프라이빗 키’ 보안 수준이 기대보다 낮아졌고, 이 취약점이 5년간 발견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갤럭시 리서치에 따르면 공격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며 약 7300개 주소에서 자금이 유출됐다.
미국 기반 비트코인 플랫폼 스완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위험 가능성이 있는 계정의 출금을 일시 중단하고, 앱 내 경고를 발송했으며 사용자 이전(마이그레이션) 지원을 전면 확대했다. 클립스텐 CEO는 “전 직원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고객들에게 연락했고, 스완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지원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이 지난 현재 탈취된 자금의 약 90%는 아직 온체인에서 이동하지 않은 상태다. 확인된 공격자 주소는 미국 연방 수사 당국에 전달됐으며, 캐나다 토론토 기반 제조사 코인카이트(Coinkite)는 모든 영향을 받은 기기 라인의 패치를 완료했다. 오픈소스 보안 단체 오픈새츠(OpenSats)가 지원한 자원봉사 팀도 150개 이상의 저장소를 점검한 결과, 취약점이 콜드카드에 국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자기 보관(self-custody)’ 방식에 대한 회의론도 불러왔다. 일부에서는 개인 지갑 대신 ETF 등 간접 투자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시장의 흐름은 다소 다르다. 클립스텐 CEO는 “사용자들이 자기 보관을 포기하기보다 접근을 더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중서명 기반 보관 서비스인 ‘스완 볼트(Swan Vault)’로 자금을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방식은 단일 기기만으로는 자산에 접근할 수 없도록 설계돼 보안성을 높인다.
클립스텐은 이번 사태를 ‘고통스럽지만 전환점이 될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는 “많은 사용자가 업계 권고를 따랐음에도 피해를 입은 것은 분명 안타깝다”면서도 “비트코인은 ‘반취약적’이며 도구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오히려 자기 보관 기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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