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리스크 온’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비트코인(BTC)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괴리가 아니라, 자금 흐름과 시장 구조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번 달 S&P500 지수는 3.12% 상승하며 약 2조1000억 달러(약 2978조 원)의 시가총액을 추가, 총 70.5조 달러까지 불어났다. 나스닥100과 다우지수 역시 강세 흐름을 이어가며 미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위험 선호’ 국면에 진입했다.
반면 비트코인(BTC)은 같은 기간 약 2% 상승에 그치며 6만4600달러(약 9160만 원) 수준에서 횡보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던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다시 나타난 셈이다.
이번 증시 상승의 핵심 동력은 거시경제가 아닌 ‘AI 및 반도체’ 종목이다. 테서랙트 그룹의 애덤 해임스는 “현재 주식 상승은 비트코인이 직접 노출되지 않은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처럼 전반적인 유동성 확대나 금리 기대 변화가 아닌 특정 섹터 중심의 랠리라는 점에서 비트코인에는 상승 동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유가 하락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기대 등 일부 거시 변수는 위험자산 전반에 긍정적이지만, 그 효과는 주식시장에 먼저 반영된다. 기업 비용 감소가 즉각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기대와 연준 정책을 거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차가 존재한다.
기관 자금의 핵심 통로인 비트코인 현물 ETF 흐름도 불안정하다. 최근 ETF에서는 6153만 달러(약 873억 원) 순유출이 발생하며 약세 흐름을 보였다.
이번 주 들어 6억2600만 달러(약 8880억 원)가 유입되긴 했지만, 지속성이 확인돼야 한다는 평가다. 지오터스 CEO 비크람 수부라지는 “기관 수요 회복을 확인하려면 연속적인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스테이블코인 자금 감소다. 테더(USDT)는 1900억 달러에서 1830억 달러로, USD코인(USDC)은 795억 달러에서 72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 내부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임스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실질 국채 수익률로 인해 자금이 크립토를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내부 이슈도 부담이다. 1억2000만 달러(약 1700억 원) 규모 ‘콜드카드’ 해킹 사건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고, 스트레티지(Strategy)의 비트코인 매도 역시 단기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이들 이벤트가 대규모 청산이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았다는 점은 제한된 악재로 평가된다.
10x리서치의 마르쿠스 틸렌은 현재 정체의 원인으로 ‘반감기 사이클 기대’를 지목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10월 저점 형성을 예상하며 포지션 구축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틸렌은 “투자자들이 상승 준비를 서두르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며 “오히려 금리 압박 속에서도 가격이 유지되는 점은 강세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의 흐름 차이는 단기적 이상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 요인에 가깝다. AI 중심 자금 쏠림, ETF 수급 불확실성, 스테이블코인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비트코인은 ‘자체 촉매’를 기다리는 국면에 들어섰다.
시장에서는 규제 명확성과 스테이블코인 성장, 그리고 ETF 자금 재유입이 본격화되는 올해 4분기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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