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달러 AI 인프라 필요 추산, 전력 70GW 전제

| 이준한 기자

래리 핑크(Larry Fink) 블랙록(BlackRock) 회장이 미국의 인공지능(AI) 운영에 7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 용량과 약 5000억 달러(약 708조5000억원)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개발에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핑크 회장이 10일(현지시간) CNBC 패널에서 GW당 전력·인프라 구축 비용을 50억~60억 달러(약 7조850억~8조5020억원)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70GW를 넘는 용량을 확보하려면 즉시 약 5000억 달러가 필요하고 이후에는 더 많은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5000억 달러는 확정된 투자 계약액이 아니다. 크립토브리핑이 전한 전력 수요와 GW당 비용을 토대로 계산한 필요 자금 규모다. 공개된 CNBC 전문은 확인되지 않아 핑크 회장의 발언은 크립토브리핑이 보도한 범위로 한정해 볼 필요가 있다.

◇ 전력·냉각·송전망으로 넓어진 AI 병목

AI 인프라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냉각 설비, 네트워크 등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기반 시설을 뜻한다. 대형 모델의 연산량이 늘어날수록 서버뿐 아니라 전력 공급과 부지, 냉각, 송전망, 건설 인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병목이 발생하는 구조도 이와 맞물려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가 빨라도 변압기와 송전 설비, 발전 용량이 제때 확보되지 않으면 실제 가동 시점은 늦어질 수 있다. 본지도 앞서 미국 전력회사들이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변압기와 핵심 전력망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2024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를 차지했다. 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 약 945테라와트시(TWh)로 두 배 이상 늘고,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같은 기간 전력 수요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력 수요 확대는 숙련 노동과 지역 인허가 문제로도 이어진다. 데이터센터에는 전기공과 배관공, 건설·철골 노동자, 네트워크 기술자, 장비 운영 인력이 필요하다. 본지는 AI 인프라 투자가 전력·냉각·건설 공급망 전반의 숙련 기술직 수요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2024년 출범한 투자 협력체, 최대 1000억달러 겨냥

블랙록과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 마이크로소프트($MSFT), MGX는 2024년 9월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을 출범시켰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에 투자하기 위해 최대 300억 달러(약 42조5100억원)의 지분 자본을 모으고, 부채 조달을 포함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41조7000억원)의 투자 여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AIP는 AI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기술기업의 자체 자본만으로 충당하지 않고 기관투자자와 민간신용 시장까지 끌어들이는 구조다. 데이터센터는 초기 건설비가 크고 투자금 회수 기간도 길어 지분 투자와 대출, 프로젝트 금융을 함께 구성하는 방식이 통상 활용된다.

블랙록은 2026년 연례 주주서한에서 AIP가 신규·확장 AI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으며 얼라인드 데이터센터(Aligned Data Centers) 인수에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서한은 AI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이미 자산을 보유한 계층에 부를 더 집중시킬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블랙록은 2026년 3월 미국 인프라 현대화에 약 10조 달러(약 1경4170조원)가 필요하다는 추산도 내놨다. AI 인프라를 개별 데이터센터 건설이 아니라 전력과 디지털 설비, 숙련 노동을 함께 확충하는 장기 자본 집행 과제로 보고 있는 셈이다.

◇ 금융사 참여 확대, 계약 단계는 구분해야

AI 인프라 금융에는 대형 사모자본과 신용 투자사도 참여하고 있다. 아폴로(Apollo)와 블랙스톤(Blackstone)은 2026년 6월 브로드컴(Broadcom)의 AI XPV 플랫폼과 350억 달러(약 49조5950억원) 규모의 자본 솔루션을 마련해 20GW 이상의 컴퓨팅 용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Investor's Business Daily)는 엔비디아($NVDA)가 참여하는 별도의 5000억 달러 규모 AI 인프라 금융 구상이 알려진 뒤 아폴로와 블랙스톤 등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고 엔비디아는 약세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이 구상이 최종 계약이 아닌 양해각서 단계라고 전했다. 해당 금융 구상은 핑크 회장이 제시한 AI 인프라 필요 자금 추산과 구분되는 사안이다.

대규모 자본 조달이 실제 데이터센터 착공과 전력망 확충으로 이어지려면 투자 주체와 계약 조건, 부채 구조가 확정돼야 한다. 핑크 회장의 5000억 달러 추산 역시 확정 투자액이 아니라 70GW 이상의 전력 용량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설명한 수치다.

검증 출처: 크립토브리핑, 블랙록 AIP 발표, 블랙록 2026년 주주서한, 국제에너지기구,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 파이낸셜타임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