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만8000MW 몰린 텍사스, 데이터센터가 89%

| 이준한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접속 신청이 급증하면서 신청 물량의 실제 사업 가능성과 인프라 비용 분담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력 수요 전망만으로 발전소와 송전망을 확충하기보다 중복 신청과 초기 단계 사업을 먼저 가려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미국의 연간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에서 2023년 4.4%로 높아졌다.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2030년 이 비중이 11.8%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으며 시나리오별 범위는 9.5~15.3%로 제시했다.

전력 사용 전망이 실제 발전·송전 설비 건설량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통상 대형 전력 사용자는 사업 초기부터 복수의 유틸리티나 접속 지점에 신청할 수 있어 대기열에 잡힌 전체 용량이 실제 건설 규모보다 커질 수 있다.

우드매킨지(Wood Mackenzie)는 PJM의 확정 데이터센터 부하가 78GW인 반면 인증된 발전용량 파이프라인은 36GW라고 밝혔다. 송전망 증설이 본격화되기까지는 5~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PJM은 미국 중동부 지역에서 전력망과 도매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지역송전기관이다.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사용량이 큰 시설이 집중되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변전소와 송전선의 수용 능력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카본다이렉트(Carbon Direct)는 5월 14일 공개한 분석에서 2020년까지 심사를 시작한 프로젝트 가운데 ERCOT에서는 60%, PJM에서는 76%가 장기간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지역의 활성 프로젝트가 접속까지 기다리는 기간은 36~48개월로 제시했다.

데리아 에리일마즈(Derya Eryilmaz) 카본다이렉트 전력 상용화 담당 부사장은 “접속 대기열은 에너지 변화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덜 이해된 병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낮은 전환율과 긴 대기 기간을 고려해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유연부하와 배터리 저장, 전력망 의존도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텍사스 전력신뢰도위원회(ERCOT)는 대형 전력 사용자의 신청을 별도로 심사하는 ‘배치 제로(Batch Zero)’ 절차를 도입했다. 6월 18일 승인 자료에 기재된 대형 부하 요청은 43만8000MW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약 89%가 데이터센터 관련 신청이다.

배치 제로는 기존 대기열에 들어온 대형 부하 신청을 새 절차에 맞춰 분류하는 첫 단계다. ERCOT는 7월 24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8월 7일까지 분류 결과를 신청자에게 통지하도록 일정을 정했다.

PJM도 5월 데이터센터 정확성 보고서와 2026년 장기 부하 예측 자료를 공개하며 수요 반영 방식을 조정했다. 신청된 전력량을 그대로 장기 수요로 인정하지 않고 사업의 진행 상태와 실현 가능성을 더 세밀하게 검토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는 6월 10일 데이터센터가 자체 전력 인프라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주민 전기요금으로 비용을 넘기지 않도록 공공유틸리티위원회와 ERCOT에 지시했다. 대규모 전력 사용자가 필요한 설비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수요 검증 문제와 맞물린 것이다.

텍사스에서는 데이터센터와 암호화폐 채굴 시설의 전력 확보 능력이 주요 자산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비트코인(BTC) 채굴업체가 기존 부지와 전력 계약을 활용해 AI·고성능컴퓨팅 인프라로 전환하면서 데이터센터 접속 심사는 가상자산 채굴 산업과도 연결된다.

전력망 병목은 빅테크의 AI 투자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본지는 앞서 AI 투자 확대가 일부 대형 기술주의 현금흐름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전·송전 설비 확보가 늦어지거나 자체 인프라 부담이 커지면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과 비용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텍사스 주정부는 7월 23일 동부 텍사스의 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주지사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철회됐다고 발표했다. 신청 규모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하는 절차가 개별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를 가르는 단계로 넘어간 사례다.

공개 대기열 검증 추적기 Loadstar는 8월 11일 기준 미국 7개 독립계통운영기관의 발전 접속 대기열에 957.2GW가 신청됐으며 이 가운데 146.2GW가 실행된 접속 계약으로 검증됐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프로젝트가 여러 접속 지점에 중복 신청될 수 있는 만큼 검증되지 않은 물량을 곧바로 허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검증 출처: Wood Mackenzie, Carbon Direct, ERCOT, DOE, LBNL, Loadstar, Texas Governor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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