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금융회사의 거래와 신용 판단에 깊이 들어가면서 금융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위험이 새 논점으로 떠올랐다. 쟁점은 개별 AI 모델의 오답보다 여러 기관의 모델이 같은 신호에 동시에 반응하는 구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23일 블로그에서 AI가 금융회사의 위험 가격 산정, 신용 배분, 스트레스 대응 방식에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AI 기반 거래는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유동성을 높이고 거래 비용을 낮추며 가격 발견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신용시장에서도 AI는 사기 탐지와 위험 평가에 쓰인다. 금융회사는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 대출 위험을 가늠하고, 시장 참여자는 실적 발표와 공시, 경제 뉴스 같은 비정형 정보를 거래 신호로 바꿀 수 있다.
위험은 시장이 흔들릴 때 커진다. IMF는 일부 AI 기반 펀드가 전통적 전략보다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여러 모델이 비슷한 신호에 반응하면 가격 변동을 증폭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집 행동은 금융시장에서 새 현상이 아니다. 다만 AI는 의사결정 속도와 적용 범위를 넓혀 같은 방향의 거래가 더 빠르게 시장에 반영되도록 만들 수 있다.
구조는 단순하다. 같은 거시 충격이 여러 모델의 위험 신호를 건드리면 매도와 신용 축소가 동시에 나올 수 있다. 자산 가격 하락과 유동성 악화는 다시 모델의 위험 신호를 강화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동시 매도’와 가격 하락이 맞물리는 순응적 흐름이 생길 수 있다. AI가 개별 기관의 위험 관리를 정교하게 만들더라도, 시장 전체로는 상관관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IMF의 2024년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AI는 자본시장 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AI 거래 전략이 같은 충격에 비슷하게 반응하거나 작동을 멈추면 시장 속도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가 아직 규모는 작지만 일반 ETF보다 회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20년 3월 시장 혼란기에는 일부 AI 기반 ETF의 회전율이 증가했다.
감독당국이 보기 어려운 영역도 있다. AI 모델이 왜 특정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하기 어려우면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은 위험이 어디서 쌓이는지 늦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헤지펀드와 자기매매 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AI 활용이 옮겨가면 시장 감시는 더 복잡해진다. 은행권보다 공개 정보가 적고, 전략 변화가 빠른 영역일수록 모델 의존도와 거래 집중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은 속도다. 생성형 AI는 실적 발표, 공시, 경제 뉴스 같은 비정형 정보를 빠르게 읽고 거래 신호로 바꿀 수 있다. IMF는 2017년 대형언어모델(LLM) 등장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사록 공개 직후 15초 동안의 주가 움직임이 15분 뒤 흐름과 더 일관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참여자에게도 이 논점은 AI 인프라 투자와 별개로 봐야 한다. AI가 금융권의 효율을 높인다는 사실과 시장 동조화를 키울 수 있다는 위험은 함께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AI 예산, 데이터센터, AI 칩 생태계 논의가 이어지는 만큼 금융권의 모델 의존도와 외부 기술 공급자 집중도는 별도 점검 대상이다. 이번 사안은 크립토나 반도체 특정 종목보다 금융시장 구조 전반의 AI 의존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IMF는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 AI 기반 거래와 대출, 감독기술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AI 사용 현황, 모델 의존도, 자산 상관 위험을 더 잘 파악하고 국가 간 운영 복원력과 사이버 방어 협력을 넓혀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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