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17일 미국 외환시장에서 6월 초 이후 최저권으로 내려갔다. 미국 고용과 소비 흐름이 둔화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달러지수(DXY)가 99.294까지 내려가 10주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일부 시황 보도는 DXY를 99.452로 집계했으나, 두 수치 모두 달러가 6월 초 이후 낮은 구간에 들어섰다는 흐름을 가리킨다. 같은 날 유로는 1.1611달러까지 올랐다.
시장 금리 전망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시장은 9월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을 30~31%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연말까지 반영된 누적 인상폭은 보도별로 21bp와 35bp로 갈렸지만, 인상 경로가 이전보다 덜 확실해졌다는 해석은 공통적이다.
연준은 7월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50~3.7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표결은 9대3이었다. 베스 해맥(Beth M. Hammack), 닐 카시카리(Neel Kashkari), 로리 로건(Lorie K. Logan)은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FOMC는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다. 기준금리 기대는 선물시장 가격을 통해 매일 바뀌지만, 실제 결정은 FOMC 표결로 확정된다. 시장 확률 하락은 거래자들이 다음 회의까지 나올 지표를 보며 긴축 가능성을 다시 낮춰 잡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내리고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3.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연준 목표를 웃돌지만, 고용과 소비 쪽 열기가 약해졌다는 판단이 달러 약세를 키웠다.
7월 소매판매 수치는 공식 원문 확인이 필요한 대목으로 남아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 공개 일정표에는 7월 소매판매 발표가 8월 14일로 잡혀 있었지만, 공식 원문으로 대조된 수치는 6월까지다. 따라서 7월 소비 둔화는 시황 보도에서 전해진 흐름으로만 다루는 것이 안전하다.
채권시장도 달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677%로 내려갔고, 2년물 금리는 4.155% 수준으로 전해졌다. 절대 금리는 여전히 높지만 달러와 금리가 동시에 밀린 점은 시장이 연준의 긴축 강도를 다시 계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는 다른 통화의 상대적 강세로 이어졌다. 유로가 1.1611달러까지 오르고 아시아 통화도 동반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미국 금리 기대 후퇴가 자리 잡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9월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는 포지션도 유로 강세를 더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크립토 시장도 이 흐름을 일부 반영했다. 배런스(Barron's)는 비트코인(BTC)이 0.9% 오른 6만3605달러(약 9000만원)로 거래됐다고 전했다. 달러 약세와 금리 인상 기대 후퇴가 위험자산 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를 추세 전환으로 단정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달러와 금리 기대 변화는 이미 위험자산 가격과 함께 읽히는 구간에 들어와 있다. 본지는 앞서 CPI 둔화에도 연내 추가 인상 전망이 남아 있다는 흐름을 전했다. 당시에도 연준 내부 인상 의견이 남아 있어 9월 회의 전까지 물가 지표와 고용 지표가 추가 판단 근거로 꼽혔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원화 환율과 해외 위험자산 평가가 함께 걸린 사안이다. 달러가 약해지면 원화 표시 해외자산의 평가와 달러표시 원자재 가격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달러표시 원자재가 해외 구매자에게 상대적으로 싸질 경우 금, 유가, 농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물가 계산은 다시 복잡해진다.
반대쪽 변수도 남아 있다. 중동 긴장이 커지고 유가가 다시 오르면 안전자산 선호가 살아나 달러와 장기금리가 되돌릴 수 있다.
연준은 7월 FOMC 의사록을 한국시간 8월 20일 오전 3시에 공개할 예정이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은 8월 27~29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연다. 시장은 두 일정을 통해 연준 내부의 인상 논쟁과 향후 금리 경로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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