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메가와트 과금, 채굴사 전력사업 전환

| 김민준 기자

비트코인(BTC) 채굴사의 사업 기준이 채굴량에서 전력 용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AI와 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지면서 채굴사가 보유한 토지, 변전 설비, 전력망 접속권이 새 수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어사이언티픽($CORZ)은 2026년 2분기 실적자료에서 고밀도 코로케이션 매출이 1억3670만 달러(약 193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 1억6420만 달러(약 2319억원)의 약 83%다. 자체 채굴 매출은 2154만 달러(약 304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약 66% 줄었다.

같은 기간 코어사이언티픽의 자체 채굴 사업은 약 1217만 달러(약 172억원)의 매출총손실을 냈다. 반면 고밀도 코로케이션 사업은 약 7998만 달러(약 1129억원)의 매출총이익을 기록했다. 회사는 7월 중순 기준 437MW 고객 전력 용량에 과금을 시작했고, 이에 해당하는 연환산 코로케이션 회계기준(GAAP) 매출을 약 6억3500만 달러(약 8966억원)로 제시했다.

이 흐름은 채굴업체가 AI·HPC 사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평가와 맞물려 있다. 비트코인 채굴장은 통상 대규모 전력 접근성과 냉각 설비, 랙 공간을 갖춘다. AI 데이터센터도 안정적인 전력과 냉각, 부지 확보가 핵심 조건이다.

계약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테라울프(TeraWulf·$WULF)는 SEC 제출자료에서 앤스로픽(Anthropic)과 켄터키주 호스빌 Justified Data 캠퍼스에 대한 20년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은 약 401MW의 핵심 IT 부하를 대상으로 하며, 초기 계약 기간 예상 매출은 약 190억 달러(약 26조8280억원)다.

테라울프는 초기 용량을 2027년 하반기부터 서비스에 투입하고 2028년 초 전체 401MW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계약 발표와 실제 과금 사이에 건설, 전력 인도, 설비 검증 단계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헛8(Hut 8·$HUT)도 SEC 제출자료에서 텍사스주 Beacon Point 데이터센터 캠퍼스 2단계에 대해 15년, 352MW 규모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가치는 98억 달러(약 13조8376억원)다. 이로써 같은 임차인의 Beacon Point 계약 용량은 704MW로 늘었고, 캠퍼스 기본 계약 가치는 196억 달러(약 27조6752억원)가 됐다.

헛8이 제시한 첫 2단계 데이터홀 인도 시점은 2028년 2분기다. 대형 임대 계약이 장기 매출 기반이 될 수는 있지만, 현재 매출로 곧바로 반영되는 구조는 아니다.

채굴사의 가치 산정 단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초당 해시 연산능력(EH/s), 하루 채굴량, BTC 보유량이 핵심 지표였다. AI 데이터센터 전환 이후에는 전력망에 연결됐거나 연결 일정이 명확한 용량, 고객에게 넘겨 과금이 시작된 MW와 GW가 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은 전력비, 채굴 난도, BTC 가격, 거래 수수료에 따라 수익성이 흔들린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임대는 계약 기간, 전력 인도 일정, 임차인의 신용도, 건설 비용 관리가 핵심 변수다. 같은 전력 자산이라도 어떤 고객에게 어떤 조건으로 공급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Key Questions on Energy and AI’ 보고서에서 2025년 485TWh 수준인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 950TWh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제시했다. 채굴사가 과거 확보한 전력망 접속권과 대규모 부지는 이 수요와 맞물려 다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채굴사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이 해시레이트 중심에서 전력 인프라 중심으로 넓어졌다는 의미가 모든 업체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회사는 AI·HPC 인프라 임대 비중을 키우고 있지만, 다른 회사는 여전히 비트코인 채굴 노출도가 높다. 채굴업계 전체를 한 방향으로 단순화하기보다 계약 규모, 인도 용량, 자금 조달 능력을 나눠 봐야 한다.

반에크는 2026년 6월 16일 보고서에서 6월 4일 기준 AI·HPC 임대 계약을 맺은 채굴사들이 임대한 용량 중 실제 인도한 비율을 약 25%로 추산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단기 자금 부족분은 약 500억 달러(약 70조6000억원), 장기 자본지출 수요는 약 2210억 달러(약 312조520억원)로 제시됐다.

전력 용량은 설계도에 적힌 규모만으로 수익이 되지 않는다. 전력망 접속, 변전 설비, 냉각, 네트워크, 건설비, 금융 조달, 임차인 신용이 함께 맞아야 과금 가능한 데이터센터가 된다. 비트코인 채굴사는 전력 인프라 회사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실제 평가는 계약 규모보다 인도된 용량과 현금흐름에서 갈릴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