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가 3주 연속 늘었지만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5달러(약 12만원) 부근에서 움직였다. 전체 원유 재고 증가보다 쿠싱 재고와 정제유 재고 감소가 시장의 관심을 더 끈 흐름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석유현황보고서에 따르면, 8월 14일 종료 주간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440만5000배럴 증가한 4억2881만5000배럴로 집계됐다. 오클라호마주 쿠싱 재고는 131만4000배럴 줄어 2125만2000배럴을 기록했다. 휘발유 재고는 68만8000배럴 늘었고 정제유 재고는 153만배럴 감소했다.
이번 공식 수치는 미국석유협회(API)의 사전 집계와 엇갈렸다. 제로헤지(ZeroHedge)는 API 집계에서 원유 재고가 32만8000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왔지만, EIA 공식 수치는 441만배럴 증가로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원유 재고는 미국 내 수급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다만 원유 전체 재고가 늘어도 선물 인도 거점이나 정제제품 재고가 줄면 가격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쿠싱은 WTI 선물의 주요 실물 인도 거점이다. 이곳 재고가 줄면 선물시장과 현물 수급을 잇는 완충 여력이 얇아진다. 이번 주 쿠싱 재고 감소가 원유 전체 재고 증가와 함께 읽힌 이유다.
정제유는 경유와 난방유 등에 쓰인다. 물류, 농업, 산업 현장의 연료 비용과 직접 연결되는 품목이다. 원유보다 정제제품 가격이 먼저 비용 압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민감도가 높다.
전략비축유(SPR)도 줄었다. EIA 자료에서 SPR은 전주보다 526만8000배럴 감소한 2억9342만6000배럴로 나타났다. 제로헤지는 이 수치가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SPR은 공급 충격이나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보유하는 원유다. 재고가 낮아질수록 향후 충격에 대응할 정책 여력이 줄어드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도 가격 흐름을 흔드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제로헤지는 중동 긴장과 이른바 다크 플리트 이동이 원유 흐름 전망을 흐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Arne Lohmann Rasmussen) 글로벌리스크매니지먼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UAE와 이란 간 긴장 고조, 시장이 더 긴 폐쇄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흐름이 원유와 정제제품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차질 가능성이 원유뿐 아니라 정제제품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통상 이 지역의 통항 차질 우려가 커지면 원유 선물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와 보험료에도 부담이 붙는다.
한국 독자에게는 정제유 재고 감소가 더 직접적인 변수다. 원유 가격은 수입 물가와 정유 비용에 영향을 주고, 정제유 가격은 경유·항공유·산업용 연료 부담으로 이어진다. 원화 환율과 운송비가 함께 움직이면 국내 에너지 비용 체감 폭은 커질 수 있다.
크립토 시장에서도 원유 가격은 주변 변수로 관측된다. 본지는 앞서 WTI와 브렌트유 숏 포지션을 보유한 지갑이 유에스디코인(USDC)을 입금한 사례를 보도했다. 원유 파생상품과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이 함께 포착된 사례라는 점에서 에너지 가격 변동은 일부 온체인 파생 거래와도 연결된다.
다만 이번 주 자료만으로 가격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확인된 수치는 △상업용 원유 재고 증가 △쿠싱 재고 감소 △정제유 재고 감소 △전략비축유 감소다.
EIA는 다음 주간석유현황보고서를 8월 26일 공개할 예정이다. 쿠싱과 정제유, 전략비축유 수치가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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