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의 사이버 보안 역량을 비공개 벤치마크로 평가하는 체계를 추진한다. 강제 인허가가 아니라 개발사가 정부와 사전에 협의할 수 있는 자발적 검토 절차로 설계됐다.
백악관은 6월 2일 행정명령 14409호에서 ‘대상 프런티어 모델’ 지정을 위한 비공개 벤치마킹 절차를 개발·유지하라고 지시했다. 국가안보국(NSA) 국장이 국가사이버국장, 백악관 과학기술보좌관,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 국장 등과 협의해 대상 모델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재무부, 국토안보부, CISA,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도 이 체계에 참여한다. 사이버시큐리티다이브는 이번 절차가 프런티어 AI 모델의 사이버 역량을 더 공식적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프런티어 AI 모델은 통상 최신 대형 모델 가운데 성능과 활용 범위가 큰 모델을 가리킨다. 이번 행정명령에서는 특히 사이버 보안 영역에서 공격·방어 역량과 오용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이 검토 대상이 된다.
핵심은 ‘자발적 사전 검토’다. AI 개발사는 개발 중인 모델이 대상 프런티어 모델에 해당하는지 연방정부와 협의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게 모델을 공개하기 전 최대 30일 동안 정부에 접근 권한을 제공하는 방식도 포함됐다.
접근 절차에는 기밀성, 사이버보안, 내부자 위험 관리, 지식재산 보호, 비공개 요건이 붙는다. 정부가 모델을 들여다보더라도 기업 기밀과 보안 통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백악관은 같은 행정명령에서 이 조항이 AI 모델 개발·공개·배포에 대한 의무적 정부 면허, 사전 승인, 허가 요건을 만드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는 폐쇄형 프런티어 AI 중심 자발적 사전 검토를 추진한 앞선 정책 흐름과 이어진다.
사이버 방어 조치도 함께 담겼다. 재무부 장관은 국가사이버국장, NSA 국장, CISA 국장과 협의해 AI 사이버보안 정보교환소를 만들도록 했다.
이 기구는 AI 업계와 핵심 인프라 운영자의 자발적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역할은 소프트웨어 취약점 스캔, 검증, 패치 우선순위 조정, 배포 지원이다.
백악관은 7월 ‘골드 이글(Gold Eagle)’ 이니셔티브도 공개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행정명령 14409호에 근거한 사이버 취약점 조정 모델로, 프런티어 AI 역량을 활용해 중복 스캔을 줄이고 우선순위가 정리된 위협·패치 정보를 연방정부와 민간 방어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는 규제 부담과 보안 표준화라는 양면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자발적 절차라고 해도 정부 벤치마크가 사실상의 기준으로 굳어지면 대형 AI 기업의 모델 공개 방식과 보안 검증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취약점 대응과 패치 우선순위 조정까지 함께 다루면 핵심 인프라 운영자에게는 방어 체계가 정돈되는 효과가 있다. AI 모델이 사이버 공격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와, 같은 기술을 방어 자동화에 활용하려는 흐름이 동시에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 독자에게 이번 조치는 AI 규제 자체보다 ‘AI 모델 보안 검증 기준’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정부가 프런티어 모델을 별도로 분류하고 사이버 역량을 비공개 벤치마크로 평가하면 글로벌 AI 기업의 보안 공개 방식과 정부 협력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크립토 업계도 이 흐름을 분리해 보기 어렵다. 거래소, 커스터디, 지갑, 온체인 분석 업체는 AI 기반 위협 탐지와 취약점 대응을 보안 체계에 편입하고 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디지털자산을 직접 겨냥한 규제가 아니다. 미국의 AI 보안 기준이 민간 인프라와 금융 보안으로 확장될 경우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의 보안 운영 기준에도 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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