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회사채 시장의 공급 부담으로 옮겨붙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반도체, 전력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커지면서 9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이 채권시장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블록비츠는 20일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환매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채시장 부담 완화에 나섰지만, AI 인프라 투자가 기업 부채 조달 수요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노동절 이후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2000억 달러(약 278조2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6년 들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량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연간 발행 규모는 2조1000억 달러(약 2921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신규 공급의 상당 부분은 AI 설비투자와 연결된 것으로 제시됐다.
발행 주체로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MSFT), 알파벳(Alphabet·$GOOGL), 아마존(Amazon·$AMZN), 메타(Meta·$META), 오라클(Oracle·$ORCL) 등 대형 기술기업이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AI 서비스 경쟁을 위해 데이터센터, 전력, 연산 장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과거 빅테크의 AI 투자는 주로 내부 현금흐름으로 충당됐다. 그러나 경쟁이 격화되고 장기 설비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채권시장을 통한 조달 비중이 커지는 흐름이다.
투자등급 회사채는 신용평가사가 상대적으로 상환 위험이 낮다고 평가한 기업 채권이다. 발행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자금을 한꺼번에 조달할 수 있지만, 시장에 공급이 빠르게 늘면 같은 등급 채권의 금리와 스프레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안제이 스키바(Andrzej Skiba) RBC 글로벌자산운용 채권 부문장은 현재 AI 관련 채권 공급 규모가 “이미 시장을 교란하지 않을 수 있는 한계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AI 투자 수요가 커지는 속도에 비해 채권시장의 흡수력이 충분한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분석가들은 AI 매출 증가가 데이터센터와 칩 구매 등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일부 설비투자가 수익 부족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일각에서 현재의 AI 자금조달 열풍을 2000년 전후 인터넷 버블과 비교하는 이유다.
시장 관심은 ‘AI가 수익을 낼 수 있느냐’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충분한 현금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구매 비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채권 발행이 늘면 투자자 자금이 미국 국채와 우량 회사채 사이에서 나뉠 수 있다.
일부 투자자는 AI 부채 확대가 고정수익 시장의 자금 배분을 바꿀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술기업 회사채와 미국 국채가 같은 장기 자금 풀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투자는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이미 부담 요인으로 거론돼 왔다. 본지는 앞서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정부 부채 확대와 빅테크의 AI 투자용 채권 발행이 장기금리 상승 배경으로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장기 국채 가격 약세도 같은 맥락에 있다. 미국 장기 국채 ETF 가격이 2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흐름에는 미 정부의 국채 공급과 빅테크의 AI 투자용 차입이 겹친 영향이 제시됐다.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환매 프로그램은 국채시장 유동성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다만 정부 부채와 기업 자금조달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9월 회사채 발행 규모가 실제로 200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경우 AI 투자는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자금 배분을 흔드는 요인으로 확인될 수 있다. 시장은 노동절 이후 투자등급 회사채 공급과 미 국채 수요 변화를 함께 살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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