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0시부터 4주 동안 적용할 9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했다. 휘발유는 리터당 1784원, 경유는 1773원, 등유는 1380원으로 유지된다.
산업통상부는 21일 9차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 8차 최고가격과 같은 수준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13일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는 이번 적용으로 6개월을 넘기게 됐다.
9차 최고가격은 7차와 8차에 이어 같은 수준이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의 중동전쟁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6월 26일 7차 가격을 리터당 150원씩 낮췄고 이후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90달러대로 올라선 가운데 나왔다. 산업부는 민생 부담과 국제유가를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60일 기한이 만료된 뒤에도 대치가 이어지면서 이달 초 배럴당 70달러대까지 내려갔던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했다. 20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3.8달러, 두바이유는 95.6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8차 최고가격 결정 당시와 유사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등 국내 이상기후로 인한 민생 부담도 판단 요소로 제시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상한을 정해 가격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최고가격과 별도로 움직여 20일 기준 리터당 휘발유 1862원, 경유 1845원으로 파악됐다.
국내유가는 6월 27일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최고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최고가격 동결과 실제 판매가격 흐름을 함께 봐야 하는 배경이다.
국제유가와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 사이에는 통상 시차가 생긴다. 중동 정세와 원유 수급 변화가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속도도 계속 확인할 대목이다.
정부는 당초 종전 상황,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여부, 국제유가 흐름을 보며 최고가격제 출구 전략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중동 지역 갈등이 이어지면서 제도 종료 시점은 다시 뒤로 밀렸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6개월 유지를 전제로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한 목적예비비 4조2000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제도 운영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산 규모와 재정 부담을 함께 봐야 하는 구조다.
이번 동결은 국내 물가 관리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운영은 7월 소비자물가 둔화 요인으로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석유류 가격 상승 폭은 여전히 컸지만 6월보다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말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유가 불안이 확실하게 해소될 시점까지 석유 최고 가격제를 지속하고, 유류세 인하 같은 정책 수단도 최대한 유지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유가 불안이 물가와 민생 부담으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외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피면서 중동정세와 석유 수급, 물가 및 민생부담, 수요관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민하고 유연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예비비 부족 우려에 대해서는 “정산이 진행 중이고 최고가격제도 길어지고 있어 부족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편성 범위에서 감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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