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지출 5.4% 증가, 미 소비 격차 좁혔다

| 류하진 기자

미국 소비의 K자형 양극화가 완화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카드 지출 증가율이 고소득층에 가까워졌고, 저소득층의 세후 임금 증가율은 202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고소득층을 앞질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인스티튜트는 11일 공개한 8월 소비 보고서에서 7월 전체 카드 지출이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6월 증가율 6.3%보다는 낮아졌지만, 온라인 판촉 시점 차이와 월드컵 관련 지출 효과가 사라진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가솔린을 제외한 지출은 전년 대비 4.3% 늘었다. 계절조정 기준 월간 카드 지출은 0.2% 줄어 전월보다 소폭 둔화했다.

소득별 지출 흐름은 달라졌다. 저소득층 카드 지출은 7월 전년 대비 5.4% 늘었고, 중간소득층은 4.9% 증가했다.

저소득층의 세후 임금 증가율은 5.2%로 집계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는 7월 고용 보고서에서 저소득층 세후 임금 증가율이 202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고소득층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소비가 고소득층에만 기대는 구조에서 일부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본지는 앞서 미국의 임금 격차가 좁혀지는 가운데 소비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8월 보고서는 그 뒤 저소득층 지출과 임금이 함께 개선된 흐름을 추가로 보여준다. 앞선 자료에서 제기됐던 일회성 요인 논란은 남아 있지만, 소비와 임금의 방향이 함께 움직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자형 경제는 소득·소비·자산의 회복 속도가 계층별로 갈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고소득층과 자산 보유층은 회복을 이어가는 반면, 저소득층과 보유 자산이 적은 계층은 뒤처지는 모습이 알파벳 K와 닮아 붙은 이름이다.

다만 수렴이 모든 계층에서 같은 속도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상위 5% 소득층은 여전히 예외로 남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는 강한 대차대조표와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가 상위 소득층의 지출을 계속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7월 S&P500 지수가 전년 대비 거의 20% 올랐다고 적었다.

업종별 차이도 남았다. 항공, 숙박, 의류에서는 소득 계층 간 지출 격차가 컸다.

숙박, 내구재, 일반상품에서는 격차가 의미 있게 줄었고, 식당 소비에서는 저소득층 지출 증가율이 고소득층을 앞섰다. 소비 양극화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아래쪽 소득층이 따라붙는 구조에 가깝다는 평가다.

브라이언 모이니한(Brian Moynihan) 뱅크오브아메리카 CEO는 5일 CNBC 인터뷰에서 “7월 뱅크오브아메리카 고객들이 경제에 투입한 지출은 전년보다 5% 늘었다”며 “소비 패턴에서 더 많은 수렴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발언의 초점은 단기 경기 낙관보다 소득대별 소비 패턴의 변화에 있었다.

PNC도 2026년 8월 소비 점검에서 2026년 들어 K자형 소비 패턴이 상당 부분 약해졌고, 노동시장 개선이 소비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신용카드 잔액을 매달 전액 상환하는 가구 비중이 높아졌고, 저축을 본격적으로 줄여 쓰는 조짐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카드 지출 데이터는 공식 소매판매나 개인소비지출 지표에 앞서 소비 흐름을 가늠하는 고빈도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료는 자사 카드와 예금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여서 전체 미국 가계를 그대로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흐름이 소비 기반 확대인지, 일시적 요인 이후의 통계상 수렴인지는 다음 소비·고용 지표에서 다시 확인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흐름과 자산가격 변화가 저소득층 소비 개선세의 지속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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