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연준)의 단기 국채 매입을 두고 ‘숨은 완화’ 논쟁이 커지고 있다. 장기 채권 강세론자로 알려진 레이시 헌트(Lacy Hunt) 호이징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이코노미스트가 연준의 자산 매입을 사실상 완화 조치로 해석하면서다.
호이징턴은 2026년 2분기 보고서에서 연준이 2025년 12월 11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 약 2900억 달러(약 405조원)의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기간 은행 예금과 대출이 늘었고, 기타예금부채(ODL)의 연율 증가율이 8.9%까지 높아졌다고 적었다.
헌트의 주장은 단순한 유동성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화가 만든 디스인플레이션 구조가 약해졌다고 봤다. 무역 재편, 우방국 중심 공급망, 반도체 현지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노동 공급 둔화가 비용을 밀어 올린다는 설명이다.
같은 보고서는 장기 균형 인플레이션 범위가 기존 1.5~3.5%에서 3.5~4.5%로 이동 중이라고 제시했다. 5%를 넘는 구간도 위험 시나리오로 적시했다. 물가 구조가 바뀐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의 자산 확대가 예금과 대출을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연준의 설명은 다르다. 연준은 2026년 7월 통화정책보고서에서 2025년 12월 회의 이후 준비금이 충분한 수준까지 줄었다고 판단해 단기 국채 매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6년 1월 이후 시스템공개시장계정(SOMA)은 단기 국채 약 2500억 달러(약 349조원)를 매입했다.
연준은 이 가운데 약 1600억 달러(약 223조원)를 준비금 관리 매입으로, 약 900억 달러(약 126조원)를 기관 모기지증권 원금 상환 재투자로 분류했다. 호이징턴과 연준이 제시한 수치는 기준 기간과 분류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준비금 관리 매입은 중앙은행이 단기금리 통제를 위해 은행 시스템의 준비금 수준을 조절하는 국채 매입을 뜻한다. 통상 양적완화(QE)는 장기금리와 광범위한 금융 여건에 영향을 주려는 정책 수단으로 이해된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같은 자산 매입을 통화완화로 볼지, 단기금리 집행을 위한 운영 조치로 볼지에 있다.
필립 제퍼슨(Philip Jefferson) 연준 부의장은 1월 16일 연설에서 준비금 관리 매입은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가 단기금리 통제를 위한 준비금 관리이며, 장기금리를 낮추거나 광범위한 금융 여건을 바꾸려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매입의 목적과 효과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헌트는 물가 구조가 바뀐 상황에서 자산 확대가 예금과 대출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 연준은 머니마켓 압력을 낮추고 단기금리 집행을 안정시키는 운영 조치라고 본다.
금리와 가상자산 시장에는 이 차이가 작지 않다. 비트코인(BTC) 같은 위험자산은 유동성, 실질금리, 인플레이션 기대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다만 이번 논쟁이 BTC 가격에 미친 직접 영향은 별도 시장 지표로 확인돼야 한다.
반론도 나왔다. 어드바이저 퍼스펙티브스(Advisor Perspectives)는 8월 17일 분석에서 5년, 10년, 30년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최근 4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기금리 상승의 더 큰 변수는 기대인플레이션보다 기간 프리미엄이라는 해석이다.
시장 반응은 헌트의 시각 변화 자체에도 모였다. 제프리 건들락(Jeffrey Gundlach)이 엑스(X)에서 헌트의 전향을 언급한 뒤 관련 코멘트가 회자됐다. 다만 정량적 확산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책 쪽에서는 긴축 경계도 남아 있다. 토큰포스트는 앞서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물가 둔화가 확인돼도 연준의 2% 목표와 거리가 남아 있다는 판단이 통화정책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안은 연준의 매입 규모 자체보다 그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호이징턴은 구조적 물가 압력 속 자산 확대에 초점을 맞췄고, 연준은 준비금과 단기금리 집행이라는 기술적 목적을 강조했다.
연준이 제시한 공식 수치는 2026년 1월 이후 단기 국채 약 2500억 달러 매입이다. 호이징턴이 본 기간은 2025년 12월 11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이며, 해당 기간의 국채 매입 규모는 약 2900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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