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새 제안을 들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와 전장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세르게이 랴브코프(Sergey Ryabkov) 러시아 외무차관은 21일 공개된 NEWS.ru 인터뷰에서 "러시아 연방은 러시아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에 부합하고 지상 현실에 맞는 합리적 제안과 아이디어라면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협상 가능성을 닫지는 않되 러시아가 설정한 조건을 전제로 삼겠다는 뜻이다.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이 "건설적 대화 의지"와 "러시아 입장에 대한 이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 단계에서 더 중요한 것은 워싱턴이 키이우 정권과 유럽 후원자들의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과의 직접 대화는 열어 두면서도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태도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보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발언의 배경에는 마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의 최근 언급이 있다.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면 새 제안과 새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 언급을 거론하며 "미국의 노력이 그런 의미라면 우리는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워싱턴과의 대화에 열려 있지만, 이것이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서 물러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말하는 전장 현실은 현재 군사적으로 통제하거나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지역 상황을 협상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 같은 조건이 영토 변경을 기정사실화하는 요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쟁 장기화 속에서 양측은 군사 압박과 외교 신호를 함께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와 점령지 후방을 겨냥한 장거리 타격을 전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후방 공격이 서방의 무기와 정보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의 새 제안이 실제 협상안으로 구체화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랴브코프 차관의 발언은 러시아가 미국의 중재 시도를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지만, 협상 기준을 자국의 전쟁 목표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가 다시 움직이려면 미국의 제안 내용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수용 여부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러시아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두는 동시에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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