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협상 교착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국제유가, 디지털자산 제재 문제로 확산됐다. 브렌트유는 21일 배럴당 94.3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7.06달러에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21일 이란이 합의를 원하지만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이란과 대화가 진행 중이지 않고 예정된 일정도 없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6월 임시 합의를 위반하는 한 협상은 시작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압바스 아라그치(Abbas Araqchi)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기존 조치를 철회해야 협상 재개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교착의 출발점은 6월 임시 합의다. 로이터가 확인한 6월 18일 문서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의 무상 통과를 60일간 보장하고,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협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8월 중순을 지나며 이 시한은 사실상 지났다.
합의문에 포함된 3000억 달러(약 416조원) 규모 기금도 정부 재건자금이나 배상금이 아니라 민간 투자기금으로 보도됐다. 이 대목은 협상 쟁점이 재건 보상으로 확정됐다는 의미와는 구분된다.
미국은 협상 재개 대신 제재 압박을 넓혔다. 미국 재무부는 7월 29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강제 보험과 수수료를 부과하는 이란의 수익 구조를 겨냥해 제재를 발표했다. 같은 자료에서 올해 들어 이란 연계 그림자 선단 100척 이상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림자 선단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 소유 구조와 운항 경로를 복잡하게 운용하는 비공식 해상 운송망을 뜻한다. 원유와 석유제품 거래에서 이런 선박망이 활용되면 통항 비용, 보험료, 제재 집행 위험이 함께 높아진다.
제재는 암호자산 네트워크로도 이어졌다. 미국 재무부는 8월 7일 이란 정권이 자금세탁과 국제 금융망 접근에 활용해 왔다고 본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관련 회사를 제재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은 자료에서 이란이 "달러, 리알, 크립토"를 가리지 않고 불법 금융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차단이 디지털자산 제재 집행으로 확대된 흐름과 맞물린다. 당시 미국의 대이란 압박은 원유 수출 차단과 테더(USDT) 동결 조치가 함께 거론되며 에너지와 디지털자산 제재가 연결되는 사례로 다뤄졌다.
국제유가는 먼저 반응했다. 로이터는 21일 브렌트유가 주간 기준 6.39%, WTI가 5.66% 올랐고 두 유종 모두 직전 거래일에 7월 24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시장은 미국의 제재 강화와 호르무즈 해협 관련 공급 차질 우려를 가격에 반영했다.
시장 해석은 갈렸다. 존 킬더프(John Kilduff) 어게인캐피털 파트너는 제재가 이란을 압박하는 수단이라고 봤다. 크리스퍼스 냐가(Crispus Nyaga) 엠파이어FX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란 수출이 이미 미국 해상 봉쇄로 제약돼 있어 당장 공급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냐가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사건과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이 겹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재가 실제 물량 감소로 이어지는지, 통항 불안이 보험료와 운임을 얼마나 밀어 올리는지가 유가 흐름을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흐름의 핵심 경로다. 이 경로의 통항 불안은 유가뿐 아니라 운송 보험료, 인플레이션 기대, 위험자산 심리에 함께 영향을 준다.
크립토 시장과 직접 연결된 가격 재료는 제한적이다. 다만 미국 재무부가 이란 관련 암호자산 거래소를 직접 제재했고, 유가 변동이 위험자산 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자산 시장도 제재 집행과 거시 변수의 흐름을 함께 보게 됐다.
앞서 본지는 호르무즈 새 항로와 이란·오만 공동성명 조율 상황을 보도했다. 이후에도 양측은 협상 재개 조건과 호르무즈 통항 문제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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