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75%에 근접하면서 장기금리 부담이 다시 시장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점권에 가까운 수준이다.
마크 잔디(Mark Zandi)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시간 24일 공개된 X 글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란 전쟁,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불투명한 소통, 재정적자 확대를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잔디는 “이란 전쟁 이전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4%를 밑돌았지만 지난 21일에는 4.75%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모기지뉴스데일리 집계에서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8월 21일 4.732%에 마감했다.
연준 H.15 자료에 따르면 8월 20일 10년물 수익률은 4.69%, 30년물 수익률은 5.23%였다. 장기물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서 채권시장뿐 아니라 주식, 주택, 신용시장 전반의 할인율 부담도 커지는 흐름이다.
잔디는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했고, 투자자들이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던 데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쪽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충격이 에너지 가격과 물가 기대를 거쳐 장기금리에 반영됐다는 취지다.
장기금리는 기준금리 전망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물가 기대, 재정 상태, 국채 발행과 수요,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함께 반영된다. 같은 기준금리 환경에서도 재정 우려가 커지거나 국채 수급 부담이 늘면 장기물 금리는 더 높게 형성될 수 있다.
그는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의 소통 방식도 금리 상승 요인으로 봤다. 잔디는 워시 의장이 포워드 가이던스와 정책 반응 함수에 대해 말을 아끼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한 불확실성을 보상받기 위해 채권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시장에 미리 설명하는 방식이다. 정책 반응 함수는 물가, 고용, 성장 지표가 바뀔 때 중앙은행이 어떤 기준으로 금리를 조정할지 보여주는 틀이다. 두 신호가 약해지면 투자자는 향후 금리 경로를 더 넓은 범위로 예상하게 된다.
재정 부담도 함께 거론됐다. 잔디는 재정적자 확대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 증가, 향후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회사채 발행이 늘면 채권시장에서 투자자 자금을 놓고 국채와 민간 채권이 경쟁한다. 통상 우량 회사채라도 발행 물량이 급증하면 금리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수요가 커지고, 이는 전체 장기금리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았지만, 잔디는 효과를 내기 쉽지 않다고 봤다. 본지는 앞서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가 채권시장 부담을 낮추는 재료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잔디는 양적완화(QE) 재개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논란이 큰 방안을 제외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정상화, 연준의 정책 방향 단서 제공, 의회의 재정 전망 대응이 금리 상승 억제에 필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 등 자산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물가 압력이 남아 있는 국면에서는 정책 신뢰와 인플레이션 기대를 둘러싼 논쟁을 키울 수 있다.
장기금리 상승은 달러 유동성과 위험자산 가격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직접 영향은 이번 발언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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