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e)과 마벨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MRVL)의 맞춤형 반도체 계약이 미디어텍(MediaTek·2454)의 AI ASIC 사업을 둘러싼 시장 해석을 갈랐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 설계 주도권을 쥐고 공급망을 나눠 맡기는 흐름이 미디어텍에는 수주 기회와 수익성 부담을 동시에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벨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8-K 문서에서 구글과 7월 29일 맞춤형 반도체 제품 개발 관련 상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협력 범위에는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생태계에 붙는 AI 추론 가속기, 스토리지 컨트롤러,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메모리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근접 메모리 연산 등이 포함됐다.
마벨은 8월 18일 구글에 보통주 최대 5897만907주를 주당 206.58달러에 살 수 있는 워런트를 부여했다. 전부 행사될 경우 명목 규모는 121억8000만 달러(약 16조8693억원)다.
이 가운데 136만867주는 계약 체결 뒤 첫해에 분기별로 나눠 귀속된다. 나머지는 2027회계연도 3분기부터 2033회계연도 말까지 구글 측 구매 실적에 따라 귀속되는 구조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칩 구매보다 넓은 의미를 갖는다. 구글이 TPU 생태계 주변의 맞춤형 부품을 여러 공급사에 나눠 맡기고, 지분 인센티브까지 붙였다는 점에서다.
맞춤형 반도체 시장에서는 고객이 핵심 설계와 생산 주도권을 쥐고 외부 업체가 일부 설계·모듈·후공정을 맡는 COT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 자체 AI 인프라를 넓히면서, 범용 그래픽처리장치 의존도를 낮추고 특정 연산에 맞춘 부품을 직접 조합하려는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미디어텍은 이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 미디어텍은 6월 24일 회사 블로그에서 AI 데이터센터 ASIC 매출 전망을 2026년 20억 달러(약 2조7700억원)로 높였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7년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시장 규모를 700억~800억 달러(약 96조9500억~110조8000억원)로 보고, 향후 수년 안에 그중 10~15%를 겨냥한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미디어텍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AI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반도체로 영역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 매체 ABMedia는 미디어텍 주가가 6월 초 4970대만달러 고점 이후 3000대만달러대까지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주가 하락의 배경을 한 가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글과 마벨의 계약은 미디어텍이 맞춤형 AI 반도체 수요 확대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동시에, 구글 같은 대형 고객이 공급망과 설계 권한을 더 촘촘히 나누는 환경에 놓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ASIC은 특정 용도에 맞춰 설계한 반도체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범용 칩보다 특정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맞춤형 ASIC을 쓰는 경우가 있고, TPU도 이런 흐름 속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AI 가속기다.
지금까지 AI 데이터센터 투자 논의는 엔비디아($NVDA) 그래픽처리장치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 자체 칩과 주변 부품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넓히면, 대만 팹리스와 미국 칩 설계사가 맡는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본지도 앞서 마벨과 구글의 워런트 계약이 브로드컴의 TPU 핵심 지위를 직접 흔들지는 않는다는 분석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시장의 논점은 구글이 TPU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브로드컴의 기존 몫이 줄어드는지에 맞춰졌다.
이어 마벨이 구글에 121억8000만 달러 규모 지분 매입 권리를 부여하고 맞춤형 칩 개발을 지원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구글의 맞춤형 칩 공급망이 브로드컴과 마벨을 함께 거치면서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부각되는 흐름이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번 사안은 반도체 공급망 변화로 읽힌다. 다만 미디어텍의 고객별 물량, 마진, 추가 수주는 회사가 구체적으로 공개한 범위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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