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의 어려움은 대규모 해고보다 신규 채용 위축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건설·제조업 고용을 뒷받침하면서 단기 경기침체 위험은 낮지만, 청년층과 실직자의 구직난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월 29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린 인터뷰에서 에릭 바스마지안 EPB 리서치 설립자·경제학자는 실업수당 청구와 고용보고서, 미국 노동통계국의 구인·이직 보고서를 종합하면 해고는 팬데믹 이전보다 적은 반면 채용은 매우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고는 적지만 채용은 극도로 약하다"고 말했다.
바스마지안이 제시한 근거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대비 계속 청구 비율로 추정한 수급 기간이다. 이 지표는 실직자가 실업수당을 얼마나 오래 받는지, 다시 일자리를 찾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8.7주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 상승했으며 경기침체기를 포함한 1967년 이후 전체 관측치의 88%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이 인력을 줄이는 방식도 해고 통계와 체감 고용 사이의 차이를 만든다고 봤다. 자발적 퇴사나 조기 은퇴로 생긴 빈자리를 채우지 않으면서 인원을 조정한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희망퇴직 제안을 수락해 떠나는 경우도 해고가 아닌 자발적 퇴사로 분류된다고 짚었다.
이런 채용 부진은 기존 근로자보다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에 더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바스마지안은 "일한 경험이 없다면 전적으로 채용시장에 의존해야 한다"며 대학 졸업자의 구직 여건이 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해고된 근로자도 과거보다 새 일자리를 찾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무직 일자리 감소가 이번 경기침체를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역사적으로 통화 긴축은 금리에 민감한 건설·제조업에 먼저 충격을 주고, 이들 업종의 실직이 소비와 서비스업 고용으로 확산하는 경로를 거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무직 고용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 규모나 파급력이 경제 전반의 침체를 일으킬 만큼 크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평가했다.
최근 건설·제조업 고용은 오히려 단기 침체 위험을 낮추는 근거로 제시했다. 주거용 건설 고용은 전년 대비 약 1% 감소했지만, 비주거용 건설에서는 지난 1년간 10만 개 넘는 일자리가 늘었고 증가분은 주로 데이터센터와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운송·사업용·냉각 장비 수요가 제조업으로 확산하면서 내구재 제조업 고용도 최근 6~8개월 동안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바스마지안은 건설·제조업 고용 감소가 역사적으로 주요 경기침체 신호였지만 현재는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주 가까운 시기의 경기침체 위험은 낮다고 본다"면서도 고용이 완만하게 줄고 있는 주거용 건설은 계속 살펴봐야 할 분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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