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퀴드(HYPE)가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도 최근 12개월 매출 7억1300만달러(약 9583억원)를 올렸다. 가상자산 무기한 선물에서 출발한 이 플랫폼은 주식과 금 같은 자산의 가격을 따르는 계약으로 영역을 넓혔다.
제프 얀(Jeff Yan) 하이퍼리퀴드 창업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하이퍼리퀴드가 거래소가 아니라 '거래소를 담는 기반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에 빗댄 설명으로, 그 위에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가 위험 관리와 견제 장치를 직접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31세인 얀은 미국 규제당국에 서류를 내 플랫폼의 가치를 설명하는 독립 로비 조직 Hyperliquid Policy Center를 지원하려고 워싱턴을 찾았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 없이 24시간 거래되는 계약이다. 하이퍼리퀴드는 2023년 서비스를 시작했고 최대 50배 레버리지를 지원한다. 레버리지는 수익과 손실을 함께 키우기 때문에 가격이 급변하면 포지션이 자동으로 청산된다. 지난해 10월 하락장에서는 시장 전체에서 약 190억달러(약 25조5360억원)어치가 청산됐고, Event Horizon Labs 데이터 기준으로 하이퍼리퀴드의 수익 계정은 4분의 1에 못 미친다.
얀은 사업 초기부터 벤처 자금을 받지 않았다. 중립적이어야 할 기술 계층에 특권을 가진 내부 투자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그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당시 기관에서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면 비트코인(BTC)은 지금의 비트코인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자본과 거리를 두는 것이 프로토콜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논리다. 그는 필명 Iliensinc를 쓰는 공동창업자와 함께 회사를 세웠다.
사업 확장의 계기는 지난해 도입된 HIP-3 업그레이드다. 하이퍼리퀴드 토큰 50만개(약 4300만달러, 약 578억원)를 맡기면 누구나 하이퍼리퀴드의 주문 체결·청산 인프라 위에 새 시장을 열 수 있다. 지수·귀금속·원유·주식 무기한 선물을 운영하는 Trade.xyz가 핵심 운영사로 자리 잡았고, 누적 거래량은 수천억달러 규모다. 이 계약들은 기초자산의 가격을 따르는 파생상품이며, 주식이나 원유를 실제로 넘겨받는 거래가 아니다.
블룸버그는 7월 한 달 현실자산(RWA) 거래량이 1150억달러(약 154조5600억원)를 넘어 가상자산 거래 규모에 필적한다고 전했다. 이런 거래는 전통 시장의 거래 시간에 묶이지 않는다. 올 2월 이란 충돌이 터졌을 때 기존 원유 시장은 문을 닫았지만 하이퍼리퀴드는 정상 거래됐고, 원유 무기한 선물의 하루 거래량이 수십억달러로 뛰었다.
이 일을 계기로 CME그룹($CME)과 ICE($ICE)는 미국 규제당국에 하이퍼리퀴드를 관리하라고 압박했다. 하이퍼리퀴드 거래에 허위 주문과 가격 조작 위험이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ICE는 최근 규제 승인을 전제로 Trade.xyz의 무기한 선물 상품을 미국 시장에 출시하고 이 업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얀은 "앞으로 몇 년간 하이퍼리퀴드를 경쟁자로 보던 기관들도 이 기술을 자신들이 쓸 수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진출 구상의 핵심도 이 역할 분담에 있다. 얀은 하이퍼리퀴드 본체가 아니라 HIP-3 제휴 운영사가 미국 규제를 받고 고객 신원 확인(KYC)과 시장 감시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길을 가능한 경로로 꼽았다. 하이퍼리퀴드는 9월 신원 확인 기능을 더한 개편 HIP-3 틀을 시험하기 시작했고, 같은 달 크라켄 모회사가 이를 접목해 미국 이용자에게 하이퍼리퀴드 무기한 선물을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이용자는 약관상 이용이 금지되고 접속 차단 장치도 걸려 있지만, 가상사설망(VPN)으로 접속하는 미국 거래자가 있다. 얀은 이 점을 묻는 질문에 인터넷의 기반 기술이 특정 국가 이용자의 접속을 막지 않는 것처럼 하이퍼리퀴드도 중립적 프로토콜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런 통제의 책임은 상위 애플리케이션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를 자처하지 않는 이유가 규제상 책임의 소재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대부분의 토큰이 약세였던 올해 하이퍼리퀴드 토큰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바이낸스 해킹으로 시장이 약해지면서 이런 자산에 내재한 위험도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얀은 새로 시작할 상품으로 대형 기업 주식을 토큰화한 거래를 꼽으며 "높은 품질의 토큰화 실물자산이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종 방향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전언이다. 플랫폼에 어떤 상품이 올라올지는 상당 부분 제3자 개발자가 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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