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에 유가 '롤러코스터'…WTI 하루새 10달러 급락

| 김민준 기자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하루 만에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주말 동안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공습한 직후 유가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란의 미사일 보복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부각되자 장 후반 급락세로 전환됐다.

24일(현지시간) 기준 WTI 선물 가격은 $67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장 초반 $77선을 돌파하며 고점을 찍었던 것과 대비되는 급락세다. 투자자들은 이번 긴장 고조가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습으로 주요 원유 인프라 또는 해상 운송 경로가 차단될 위험이 커졌고,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란이 카타르 내 미군 기지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이 요격되며 상황이 조기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시장 낙관론으로 이어졌다.

기술적 분석에서도 전환 신호가 감지됐다. WTI는 월요일 거래 중 수년간 이어진 하락 추세선을 상단 돌파하며 강세 흐름을 보였지만, 장 후반 급락하면서 ‘하락 포괄형 캔들’ 패턴을 형성하며 조정 국면 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상대강도지수(RSI)마저 중립선 밑으로 후퇴하고, 50주 이동 평균선을 하회한 점은 *단기 하방 압력* 확대를 암시한다.

앞으로 주목할 가격대는 지지선과 저항선으로 나뉜다.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57 지지선 테스트가 예상되는데, 이 가격대는 과거 하락 추세선 하단부와 지난 3월 저점이 중첩되는 기술적 지점이다. 만약 이 지점도 무너지면 $44까지 추가 하락이 우려되며, 이는 2018년 12월 저점과 2020년 8월 고점 수준이다.

반면 시장이 다시 상승 반전을 모색할 경우 $77 부근은 주요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급등의 고점과 하락 추세선 상단이 겹치는 만큼, 이 가격대를 돌파하기 위해선 정의로운 외부 변수나 긍정적 수급 개선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93선이 추세 전환선으로 평가되며, 여기는 2023년 9월 고점과 2022년 반등 저점이 만나는 핵심 구간이다.

최근 들어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중동 문제에 대한 강경 노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정책 결정이 유가에 미치는 여파도 적지 않다. 향후 이란과의 갈등이 정치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충돌을 불러올지를 둘러싸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유가는 그 어느 때보다 지정학적 변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