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가 가전·가구 소비 '얼어붙었다'… 배송량 급감에 산업 전반 침체 경고

| 김민준 기자

미국 소비자들의 가구 및 가전제품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운송 대기업 제이비헌트(JBHT)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파이널 마일(final mile)' 배송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대형 가전이나 가구 같은 고가 제품의 구매가 연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닉 홉스 제이비헌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컨퍼런스콜에서 “가전·가구·운동기구 등 부피가 크고 고가인 품목 전반에서 수요가 전례 없이 침체된 상황”이라며 “하반기 역시 낙관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실적에 따르면, 제이비헌트의 2분기 매출은 예상보다 소폭 웃돌았지만, 성장의 대부분은 할인상품 배송서비스 수요 증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제이비헌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RH(RH)와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섬유업체 컬프(CULP) 등 관련 업계 전반이 압박을 받고 있다. 컬프의 최고경영자 로버트 컬프 4세는 지난달 회계보고서에서 “주거용 가구 수요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가구 산업 전반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 배경에는 미국 주택 시장의 침체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홈디포(HD)와 로우스(LOW) 등 주요 유통업체는 리모델링 수요와 고가 소비가 거의 사라졌다고 분석했고, 일시적인 판매 증가도 대부분 오는 관세 인상 이전에 선제 구매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레이즈 보이(LZB)의 멜린다 휘팅턴 CEO는 “우리가 속한 산업 자체가 일종의 침체(malaise)에 빠져 있다”라며 “금융 사정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가구 구입을 최대한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여전히 일부 소비자들이 아마존(AMZN), 월마트(WMT), 타겟(TGT) 등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 행사 기간을 노려 고가 제품 구매를 몰아서 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도비에 따르면, 올해 프라임데이 등 주요 할인 이벤트가 대형 가전·전자제품 판매량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구조적인 수요 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진한 가구 소비와 배송 수요는 단순한 경기일시적 하락을 넘어서, 변화한 소비패턴과 주거 여건의 복합적 결과일 수 있다는 신중론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