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에 금융사 수준 규제 예고…금감원, ‘책임 강화’ 첫 메시지

| 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주요 IT 플랫폼 기업 최고경영자들과의 첫 공식 간담회를 열고, 빅테크 기업들에도 전통적인 금융회사를 적용하는 수준의 이용자 보호와 책임 있는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제도적 대응을 공론화하려는 첫걸음으로 읽힌다.

2025년 9월 11일, 이 원장은 서울 강남구 네이버 본사에서 네이버, 카카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쿠팡,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 5대 빅테크 기업의 CEO와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플랫폼 기업들도 금전과 정보 등 민감한 자산을 다루는 만큼,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양한 플랫폼에서 종종 문제가 되는 알고리즘 운영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중개수수료가 높은 금융 상품이 검색 결과에 우선 노출되는 사례 등을 언급했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 3월 실제 점검에서 확인한 사례다. 그는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약하면 플랫폼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빅테크가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공정한 데이터 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 지원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 원장은 빅테크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중소사업자들이 플랫폼 수수료, 정산 지연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다 신속한 판매대금 지급과 합리적인 수수료 책정, 가맹점 지원 확대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향후 개인사업자를 위한 전용 데이터 플랫폼(마이 비즈니스 데이터)과 맞춤형 신용평가 체계를 통해 소상공인을 뒷받침하는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금융사와 통신사 등의 해킹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IT 보안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그는 만약 대형 플랫폼에서 사이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회 전반에 미치는 피해가 극심할 수 있다며, 각 기업 대표들이 전산 안전과 보안 체계 확립에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테크의 전산 장애는 단순 기술 문제가 아닌 공공 인프라 차원의 리스크로 간주된다는 점에서다.

금감원은 향후 빅테크와의 소통을 위해 정기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리스크, 내부통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관련 제도적 규율은 미비하지만, 사전적 경고와 유도 방식으로 자율적인 관리체계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빅테크 기업들도 간담회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 체계 고도화, 수수료 개선, 입점업체 지원 확대 등의 자구 노력을 밝히며 상생 의지를 표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플랫폼 기반 경제가 금융 영역까지 포괄하면서 나타나는 규제 공백을 채우려는 초기 시도로 평가된다. 향후 감독당국의 감시체계가 구체화되고 자율적 규율이 미흡할 경우, 보다 강도 높은 법적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빅테크 기업들로서는 선제적 대응과 사회적 책임 경영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