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규모가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진 데다 달러 조달 비용까지 높아지면서,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들고 있을 유인이 약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13일 내놓은 ‘2026년 3월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고는 340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월 말 350조6천억원에서 10조2천억원 줄어든 규모다. 전체 채권 발행 잔액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11.07%였다. 협회는 월간 감소 폭으로는 기존 최대였던 2023년 1월의 6조5천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유 잔고는 크게 줄었지만, 외국인은 3월 한 달 전체로는 7조4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채를 9조6천억원, 통화안정증권을 2천억원 순매수한 반면, 은행채 등이 포함된 기타채권은 2조4천억원 순매도했다. 문제는 순매수 규모가 전월보다 4조7천억원 줄었다는 점이다. 3월 중순 이후 중동 분쟁이 격화되자 달러 조달 비용을 보여주는 통화스왑 금리가 빠르게 뛰었고, 이에 따라 금리 차익을 노리는 재정거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그 결과 은행채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졌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시장 금리도 크게 흔들렸다. 협회는 3월 국내 국고채 금리가 중동 리스크 확대로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큰 폭으로 오르며 마감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자극했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고,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의 매파적 성향까지 부각되면서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월보다 0.66%포인트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월말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며 금리 급등세가 다소 진정됐다.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 편입 효과가 반영되면서 3월 31일 하루 외국인 매수 금액은 4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1년간 월말 일평균 매수 금액인 1조5천억원의 3배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는 3월 중 국채 1조6천320억원, 회사채 8천398억원, 특수채 5천391억원을 순매수해 전체 순매수 규모가 3조9천137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4천580억원 늘었다.
자금 조달 시장 자체는 확대됐다. 3월 채권 발행 규모는 국채와 회사채 발행이 함께 늘면서 전월 80조4천억원에서 98조7천억원으로 18조3천억원 증가했다. 발행 잔액은 순발행 4조2천억원이 더해져 3천72조원에 달했다. 회사채 발행은 13조8천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2천억원 늘었고, 신용등급별 금리 격차인 크레딧 스프레드는 AA- 등급은 소폭 확대된 반면 BBB- 등급은 소폭 축소됐다. 수요예측 금액은 금리 상승에 따른 발행사 관망세로 1조8천180억원에 그쳐 전년 동월보다 줄었지만, 참여율은 445.5%로 높아졌다. 장외 채권 거래량도 567조5천억원으로 전월보다 140조3천억원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 정세, 국제유가, 환율, 주요 지수 편입 효과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국내 채권시장의 외국인 자금 흐름과 금리 변동성을 함께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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