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중동 전쟁이라는 대외 충격에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9%로 유지했고, 최지영 신임 IMF 이사는 이를 두고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과 정책 대응 능력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한 인터뷰에서, 전쟁만 없었다면 IMF가 한국 성장률을 더 높게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 14일 발표한 2026년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1월과 같은 1.9%로 제시했고, 물가상승률 전망은 지난해 11월보다 0.7%포인트 올린 2.5%로 잡았다.
최 이사는 성장률이 유지된 배경으로 전쟁에 따른 하방 압력과 국내 정책 대응 효과가 맞물린 점을 들었다. 그는 이란 관련 충격이 반영되면서 기본 전망이 낮아졌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대응이 일부 상쇄 효과를 내 0.2%포인트 정도 성장률을 끌어올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래는 전망치가 올라갈 여건이 있었지만 외부 충격으로 깎인 뒤 정책 효과가 더해져 결과적으로 1.9%를 지켰다는 뜻이다. 이는 숫자만 보면 정체처럼 보일 수 있지만, IMF 내부 시각은 한국 경제를 예상보다 견조하게 본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평가는 최근 수출 흐름과 정부 대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 이사는 한국이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의 무역 실적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왔다고 짚었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면서도 재정적자를 크게 악화시키지 않았고, 부채를 상환할 여력도 있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같은 선제 조치로 에너지 가격발 충격을 단기간에 제어한 점도 IMF가 높게 본 요소로 거론했다. 다만 그는 성장률은 버텼지만 물가 측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며, 이번 2.5% 전망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IMF의 우려가 분명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향후 변수는 결국 중동 사태의 지속 기간과 국제유가 흐름이다. 최 이사는 IMF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휴전이 조기에 이뤄지고 정세가 안정되면 다음 전망에서는 한국 성장률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올라 그 상태가 이어지면 성장에 대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유가 상승이 기업 비용과 소비자 물가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어, 성장과 물가를 함께 흔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IMF 재정모니터가 한국의 부채 비율을 두고 상당한 증가가 예상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그는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IMF가 제시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2030년 61.7%로, 지난해 10월 전망치인 64.3%보다 2.6%포인트 낮아졌다. 최 이사는 다른 선진국의 부채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어 그런 표현이 나온 것이라며, 이를 곧바로 IMF의 강한 경고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IMF 이사로 첫 출근한 그는 중동 전쟁이 팬데믹 이상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한국 경제는 아직 견딜 여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지정학적 위험이 얼마나 빨리 진정되느냐, 그리고 한국이 물가 관리와 경기 방어를 얼마나 균형 있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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